가짜 목사 이야기를 다루었던 「할렐루야」에 이은 신승수 감독의 두번째 「가짜 인생」 이야기. 산만한 구성과 절제되지 않은 연출력이 논란의 대상이 되겠지만 임창정의 원맨쇼를 보는 즐거움과 폭소를 자아내게 하는 애교가 있다.
「엑스트라」는 철저한 기획영화를 표방한 작품답게 에피소드들은 진수성찬이지만 스토리나 논리구조는 갈팡질팡 길을 잃고 있다. 감독 자신의 실명을 거론하여 비난하는 대사나 박카스 광고를 비롯한 패러디, 수많은 인기연예인들의 카메오 출연 등은 철저한 관객서비스용 영화를 만들겠다는 감독의 의지를 보여준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솔직함일 수도 있으나 문제는 그것이 영화적 완성도를 평가하는데 있어 결코 변명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자칭 무비스타인 박봉수(임창정 분)와 액션스타인 김왕기(나한일 분). 둘은 영화에 인생을 걸었지만 현재는 곰팡이 냄새나는 소품 창고에 기거하는 엑스트라다. 봉수는 자신이 맡게 될 작품의 연기를 위해 갖은 고생 끝에 구치소에까지 들어가는 열성을 보이지만 결국 나와서 듣게 되는 소식은 배역이 취소되었다는 얘기뿐이다. 변변한 배역 한 번 들어오지 않고 그나마 1백여편이 넘는 출연경력을 자랑하지만 이들의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은 없다.
그러던 중 우연히 봉수와 왕기는 검사와 형사 배역을 맡게 되고, 술집에서 멋지게 리허설을 하던 중, 이들을 진짜 검사와 형사로 오해한 주인으로부터 돈을 받게 된다. 뜻하지 않게 거액의 돈을 받게 된 둘은 엑스트라 일을 휴업한 채 새로운 인생을 위해 달려가기 시작한다. 즉 자신들이 직접 주연할 영화제작비를 만들 때까지 가짜 검사와 형사 노릇을 하기로 한 것.
「멋지게 한 번 뜨기 위해」 시작된 이들의 사기행각은 어느덧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의적」과 같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침착하고 대담한 왕기와 소심하지만 다혈질인 봉수의 활약상은 이들이 비록 사기꾼이긴 하지만 사회의 비리에 대한 통쾌한 복수극이다. 돈을 받는 공무원, 교통경찰, 사이비 기자, 사이비 종교인,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구석구석 헤집고 다니는 동안 이들의 통장엔 점차 돈이 쌓이고, 검찰은 이들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간다. 전작 「할렐루야」의 흥행성공은 배우 박중훈의 힘과 함께 「영화의 완성도가 흥행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동시에 입증했다. 「엑스트라」는 많은 부분 「할렐루야」의 노선을 그대로 차용하지만 임창정이 과연 박중훈의 자리바꿈을 해냈는가는 의문이다. 무명의 엑스트라시절을 거쳐 주연한 최초의 영화지만, 그가 영화배우로 자리매김하기엔 아직 너무 바쁜 연예인인 것 같다.
<엄용주,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