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문제 연중 기획 17] 주요 전자업체들 전략

컴퓨터 2000년(Y2k)문제가 세계적인 이슈로 부각하자 국내 주요 전자업체들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으로 추락한 대외공신력과 신인도를 높이기 위해 Y2k문제 해결에 발벗고 나섰다.

주요 전자업체들은 최근 한국증권거래소에 올해상반기 사업실적 등을 담은 98사업년도 반기보고서에 Y2k문제에 대한 각 업체의 현황과 대책 등을 별도 보고서로 작성, 일괄제출했다. 이처럼 특정사안으로 기업체들이 별도 보고서를 작성하는 사례는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Y2k 해결여부가 국내외 투자자들이 상장회사들의 향후 사업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사안이 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감독원은 지난 7월 10일 상장법인의 주요 경영상황 신고 및 사업보고서에 관한 규정을 개정, Y2k와 관련한 각종 내용을 올해 반기보고서 작성시나 유가증권신고서 제출시부터 반드시 기재토록 했다.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8월 15일 반기보고서 작성시부터 이같은 규정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Y2k 해결비용에 가장 많은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 이 회사는 올해 자사 전산시스템의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HW)의 Y2k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백4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내년에는 2백10억원을 투입해 모두 3백50억원을 Y2k 해결에 투입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Y2k 해결을 위해 전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한 뒤 해결대상을 경영정보시스템(MIS), 개발부서, 자동화 생산설비, 대외연계 등 6개 부문으로 나누고 상반기에 30억원을 투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말까지 전산시스템의 변환, 검증작업을 완료한 뒤 내년상반기까지 시험운영을 거쳐 Y2k문제를 완전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대우전자(대표 전주범)는 지난해부터 Y2k 대응작업에 나서 41억6천만원을 투입, 기존 메인프레임환경의 전산시스템을 클라이언트서버 환경으로 교체했으며 SW의 경우 4세대 언어인 비주얼베이식을 이용해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말까지 64억원을 투입해 서버급 기종의 Y2k문제를 해결하고 386급 이하 장비는 폐기하는 한편 사무용 SW는 제품 공급업체에서 제공하는 SW를 이용해 내년초까지 Y2k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LG전자(대표 구자홍)는 올해 30억원, 내년 3억원 등 33억원을 들여 Y2k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특히 LG전자는 이 금액과 별도로 5백억원을 추가 투자해 전사적자원관리(ERP) 등 신시스템을 구축, 이를 통해 재무, 회계, 인사, 대리점관리 등과 관련한 Y2k문제를 부수적으로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현대전자(대표 김영환)는 올해 SW의 Y2k 해결비용으로 19억원, 내년 SW와 HW의 Y2k 해결비용으로 31억원 등 50억을 투입할 계획이며 LG반도체가 60억원, 삼성전기가 21억원, 삼성전관이 17억원, SKC가 26억원을 각각 투입해 Y2k문제 해결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3, 4년전부터 전산시스템을 클라이언트서버 환경으로 교체한 LG정보통신과 삼보컴퓨터 등 일부 업체들은 Y2k문제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내 전자업체들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Y2k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전자업체들의 Y2k문제 해결이 불완전하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비전산분야, 즉 공작기계나 자동화된 제품생산시스템의 시간관리기능이 있는 장비들의 Y2k문제에 대해서는 영향평가단계에서부터 뾰족한 대응책도 없기 때문에 2000년 이후 어떤 문제가어떻게 발생할지 예상할 수 없어 불안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생산설비의 경우 제품 자체를 교체하지 않고 바이오스만 교체한 뒤 날짜를 재세팅해서 사용하면 커다란 문제가 없지만 롬(ROM)과 같은 반도체가 장착돼 시간을 관리하는 설비는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아직까지 부각되지 않은 문제는 대형 전자업체들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들의 Y2k문제. 대다수 협력업체들이 Y2k 해결에 미온적으로 나서고 있어 삼성전자 등 일부 업체는 현재 거래하고 있는 협력업체들과 공동으로 Y2k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이 역시 협력업체들의 숫자가 워낙 많은데다 대부분 자금난을 겪고 있어 Y2k 해결에 따른 비용투자를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협력업체들의 Y2k 대응노력도 미진하지만 일부 제품의 경우 협력업체들과 업무가 연계된 또다른 협력업체까지 Y2k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