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중소기업시대 (83);성진씨앤씨

설립된 지 1년이 채 안된 벤처기업이 디지털 영상감시시스템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10월 설립된 성진씨앤씨(대표 임병진)는 「하이브리드 MPEG/Wavelet」이라는 새로운 영상압축 알고리듬을 개발, 영상감시시스템 시장에 소개함으로써 시큐리티 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새로운 영상압축기술은 JPEG, MPEG, Wavelet 등 영상압축분야 표준기술의 장점만을 따 보안감시 분야에 적합하도록 개발한 것으로 뛰어난 영상압축율과 영상변조를 막는 암호화 기능이 주무기인 신기술이다.

아직 햇병아리에 불과한 신생기업이 단숨에 두각을 나타낼 수 있게 된 것은 벤처정신으로 무장한 젊은 엔지니어들이 만든 회사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기계공학과 84학번인 임병진 사장(33)은 대학원 시절 「SNUCAS」라는 연소해석장치를 개발, 학계를 놀라게 했던 주인공으로 당시 국내 연구소들을 돌아다니며 직접 19대의 제품을 팔면서 벤처의 꿈을 키웠다.

공동설립자인 임인건 부사장은 임사장의 과후배로 「터보C정복」의 저자로 유명해진 일류 프로그래머며 나머지 10명의 연구원들도 컴퓨터에 관한 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전문 프로그래머들로만 이루어진 회사다.

그래서인지 서울 서초동의 이 회사 연구소에 들어서면 여기가 기업인지 어느 대학교 동아리방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자유분방한 분위기에 휩싸인다. 엉성하게 꾸며진 사무실 한 켠에는 간이침대 두 대가 커텐에 둘러쳐 있고 방마다 젊은 엔지니어들이 밤낮을 잊고 컴퓨터와 씨름하고 있다.

임사장은 『직원을 채용할 때 이력서에 학력을 절대로 기재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학력이 사람 보는 눈을 흐리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단지 컴퓨터에 미친 사람이라면 학력과 경력을 가리지 않고 함께 일할 수 있단다.

첫 작품으로 출시한 디지털영상감시시스템 「디스」시리즈는 이 회사가 시장에 직접 출시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제품이다. 기술을 개발하고 기술을 파는 회사를 지향하고 있을 뿐, 상품 판매를 목적으로 회사를 설립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하이브리드 MPEG/Wavelet」 알고리듬도 누구나 채용하기 쉽도록 하나의 칩으로 제작, 디지털 영상감시시스템 업계에 공급할 계획이다.

성진씨앤씨는 요즘 초당 30프레임까지 처리가 가능한 디지털 영상감시시스템을 11월경에 선보인다는 목표로 TI社의 최신형 DSP를 펜티엄과 병행 사용하는 새로운 하드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또 내년 상반기에는 Wavelet을 이용한 암호화 기술과 음성압축기술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창업한 지 불과 몇 개월만에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지만 임사장의 꿈은 크다. 기계공학 박사인 그가 디지털영상감시시스템 분야의 창업을 결심한 것도 『전세계적으로 이 분야의 강자가 없기 때문』이다. 세계를 무대로 뛰겠다는 포부에 다름 아니다.

「성진」이라는 회사이름을 지어준 계룡산 도사가 『2001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능가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한 「예언」이 현실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단지 이 회사 뿐만 아니라 모든 벤처기업의 공통된 꿈일 것이다.

<최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