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가전업체, 독자 유통망 구축 고전

그동안 가전3사에 OEM방식으로 소형가전제품을 공급하는 데 의존해왔던 중소가전업체들이 최근 판로개척에 나서면서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다수 중소가전업체들은 자체 브랜드도 없고 유통경험이 전무한 상태여서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독자 유통망 구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금회전이 나빠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는데다 정보도 부족하고 전문인력도 구하기 어려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결국 특별한 대안없이는 중소가전업체들이 가전3사처럼 전국적인 유통망을 구축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중소가전업체들은 대리점 형태의 유통망 구축보다는 홈쇼핑TV, 카드회사, 텔레마케팅업체 등의 통신판매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고 E마트, 월마트 등의 대형 할인매장에 제품을 공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통신판매업체나 대형할인점들은 제조업체들과 일일이 거래하기보다는 이들과 거래하는 중간 유통업체를 통해 필요한 제품을 조달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 중소가전업체들 역시 이를 대행해줄 유통전문업체를 찾아야 하는 실정이다.

또한 통신판매나 대형할인매장에서 관할하지 못하는 부분은 지역별로 총판을 선정해 유통을 대행시켜야 하기 때문에 결국 중소가전업체들로서는 어떤 유통업체를 만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하지만 그동안 가전3사라는 대기업의 그늘에 가려 있던 중소가전업체들은 전반적인 유통시장 상황에 어두워 업체를 가리기 어렵고 계약성사까지의 상호이견을 조정하는 것도 보통 힘든 게 아니다.

더욱이 판로개척이 발등의 불이 돼버린 중소제조업체들의 상황을 악용해 납품단가를 공장도가 이하로 낮춰주기를 원하는 유통업체들도 늘어나 납품가격 조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또 악덕 유통업체의 상술에 이용돼 제품을 공급하고도 납품대금을 떼이는 사례가 발생하고 최근에는 「황소의 눈」 등 대형 통신판매업체를 비롯, 미도파, 뉴코아, 희망백화점 등 유명 백화점들까지 부도가 나는 상황이어서 과연 누구를 믿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무엇보다도 제조업체들 스스로 유통업체의 신뢰도 및 담보 등 여러가지 사항을 꼼꼼히 따질 줄 알고 발빠르게 대응하는 판단력을 길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한 거래처에 많은 제품을 공급하기보다는 차근차근 유통망을 확대해나간다는 취지로 판매처를 다각화하고 장기적으로는 판매경험을 쌓아 영업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급변하는 가전제품 유통시장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중소가전업체들도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정보력 확충 및 신경영기법 도입, 제조업체들간 상호협조가 시급하다』며 『하지만 이제 시작인만큼 당분간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