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을 가름하는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한 우리의 국가혁신체제가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과학기술정책관리연구소(STEPI, 소장 장문호)가 발표한 「한국의 국가혁신체제」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가혁신체제는 지난 30여년 동안 대학, 국, 공립연구기관 등 기술개발기관이 꾸준하게 과학기술을 축적해 선진국 수준의 기술혁신 능력을 확보하고 있으나 조직간 협력 부족과 과학기술지식 확산 미흡으로 국가적으로 볼 때 매우 낮은 효율을 나타내고 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종합적으로 기술혁신의 제도적 환경이 미약하고 과학기술 하부구조가 미비돼 있는 등 국가과학기술 기반이 취약하며, 국가기술혁신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도적 환경이 과학기술혁신에 유리하게 조성돼 있지 못하다고 분석했다. 또 과학기술을 중시하고, 과학기술자를 소중하게 여기며, 기술이 곧 국력이자 국제경쟁력이라는 인식이 부족한 사회문화를 갖고 있으며 이것이 비합리적이고 비과학적인 국가운영과 국민의 사고 성향에 투영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과학기술 하부구조와 제도적 환경의 미비가 기술확산 메커니즘 형성에 장애요인으로 작용, 국가기술혁신 능력의 축적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 보고서는 지난 30여년 동안 공공 연구기관, 대학, 기업 등 혁신주체들이 빠르게 성장해 왔으나 이들간의 미약한 연계로 인해 과학기술지식 확산이 원활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가혁신체제상 최대 혁신주체인 대학은 과학기술지식을 창출하고 가공, 생산해 확산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하나 우리나라 전체 박사급 연구인력의 76.0%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지식의 창출을 가능케 하는 연구에서는 매우 부진할 정도로 제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기술혁신에 친화적인 지식학습 문화와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기술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은 국가혁신체제의 개념에서 제도변화와 환경조성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정부 정책의 방향으로 벤처기업의 창업촉진, 대기업의 기술혁신 능력 제고, 중소기업의 기술집약화 등 기업의 기술경쟁력 강화와 기업간 협력을 촉진하고 민, 군 겸용 기술을 개발하는 등 혁신주체간 연계를 강화하며 출연연의 교육기능과 대학의 연구기능을 강화하는 등 연구, 교육의 병행을 통한 지식확산을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기술금융제도와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는 등 과학기술혁신 환경을 조성하고 지역혁신체제를 구축하는 등 과학기술 하부구조 확충을 제시했다.
STEPI의 국가혁신체제 보고서는 IMF 관리하에서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시점에서 국제경쟁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는 기술혁신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방향을 종합적이고도 시스템적인 관점에서 마련하고, 과거 산발적으로 이루어진 기술혁신 관련 연구결과들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체계화했다는 점에서 국내 관련전문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가혁신체제란 영국, 덴마크, 스웨덴 등이 장기적으로 경기침체에 빠져 있을 때 기술혁신을 연구하는 유럽의 기술경제학자들이 만든 전문용어로 한 국가경제의 경쟁력을 가름하는 기술혁신이 기술지식을 생산하고 전파하는 관련기관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교육, 지적재산권, 금융, 신뢰 등 사회전반의 제도적인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보고 국가기술혁신 능력의 강화를 위해서는 이들 요인을 감안해 시스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정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