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회는 단시간 내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기도 하지만 비밀의 자유를 위협할 수도 있다. 만일 행전전산망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된 개인신상 관련정보가 노출돼 악용된다면 국민 편익을 위해 구축한 이들 시스템이 천사의 얼굴을 한 악마로 돌변할 수 있다. 최근 백화점 우수고객 명단이나 학보모의 직업과 교육수준이 담긴 학내정보가 빼돌려져 이상한 용도로 사용된 것은 대표적인 개인정보 노출 사례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비밀이 보장되지 못하는 상태에서 정보사회로의 진입은 그저 아찔한 상황을 연상할 수밖에 없다.
조지 오웰은 그의 소설 「1984년」에서 감시받는 인간의 공포를 묘사했다. 미래 사회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빅 브라더의 전자눈에 의해 모든 인간이 감시받는다는 내용이다. 조지 오웰의 예측대로 전자눈이 모든 인간을 감시, 조정하는 비윤리적인 사회로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쉽사리 개인신상 정보가 노출된다면 그 누군가의 전자눈에 감시받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현재 우리나라 대다수의 정부부처가 자체 전산망에 대한 안전 및 보안 전담반을 편성하지 않았거나 편성했더라도 실제로는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또 전산시스템 접근통제를 위한 폐쇄회로, IC출입카드 등 어떠한 물리적 보호대책을 수립하지 않은 기관도 전체 36% 수준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전산시스템 보호를 위해 침입탐지시스템, 방화벽, 암호화시스템 등 기술적 보호대책을 수립한 기관은 각각 전체의 17%, 33%, 19%에 불과한 것으로 지적됐다.
정보보호를 위한 관련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이 그 이유지만 정부의 모든 문서뿐 아니라 개인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사생활정보까지 노출된다면 문제의 심각성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수많은 정보가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되고 있다. 현재로선 그저 악용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진정한 정보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산망의 정보보호를 위한 예산, 인력, 제품의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