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와 중계유선의 통합 문제를 놓고 방송계가 떠들석하지만 정작 중계유선에 관해 알려진 것은 별로 없다. 과연 중계유선이 PP프로그램을 송출할 수 있을 정도의 전송선로 품질을 유지하고 있는지, 시청가구수가 정확하게 어느 정도인지 믿을 만한 자료가 없는게 현실이다. 「중계유선」이라고 일컬어지는 막강한 실체는 있으나 그에 관한 정보는 상당 부분 베일속에 가려져 있다. 전국적으로 워낙 많은 사업자가 난립하고 있는데다 일부 복수지역사업자(MSO) 형태의 중계유선 사업자를 제외한 대부분이 중소 규모 또는 영세한 탓에 실태 파악이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정보통신부가 최근 내놓은 「중계유선실태분석」 자료를 보면 중계유선의 실체에 어느 정도 접근할 수 있다. 그동안 방송계에선 중계유선의 총가입자수를 놓고 여러가지 설이 난무했다. 세무서에 신고하는 가입자수가 3백만명 정도밖에 안된다는 주장부터 줄잡아 8백50만명은 넘을 것이라는 주장까지 설이 분분했다. 사업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했던게 중계유선 가입자수였다.
정통부의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97년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중계유선방송 총가입자수는 7백만5천여 가구로 전체 TV보유가구의 50.1%에 달한다. 이 중 할인가구수를 포함한 유료가입가구수가 6백54만3천여 가구로 사업자당 평균 8천1백45가구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거형태별로 중계유선방송 가입현황을 살펴보면 단독주택이 전체 가입가구중 70.4%(4백93만여 가구)를 차지, 가장 비중이 높았으며 다음으로 아파트가 19.8%(1백39만여가구), 유흥업소와 대형건물이 각각 4.7%와 2.5%에 달했다. 아파트 지역의 경우 공시청 시설이 비교적 잘 설치돼 있어 중계유선가입자들이 적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97년 12월 현재 중계유선방송국 수는 총8백60개국에 달한다. 전체 사업자중 법인 형태는 8.5%에 불과하며 개인형태가 91.5%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중계유선방송에 종사하는 인원은 총 1만5천2백50명으로 업체당 평균 17.7명꼴이다. 경영측면에서 많은 사업자들이 소자본의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중계유선 사업자가 전부 영세하거나 중소규모인 것은 아니다. 10만 가구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한 사업자가 4개에 달하며 5만∼10만가구(22개), 2만5천∼5만 가구(33개), 1만∼2만5천(1백8개) 등으로 조사돼 가입자측면에서 케이블SO와 동등하거나 능가하는 업체들도 많다.
1차 종합유선방송국(SO) 구역내 중계유선방송과 케이블TV를 비교해보면 중계유선방송 업체수는 허가단위가 시, 군, 구로 되어 있어 케이블 SO 수보다 약 6.1배가 많고 가입자수는 3백62만4천7백82가구로 82만명 수준인 케이블 SO보다 약 4.4배가 많다. 케이블 SO보다 많은 가입자수를 보유한 중계유선사업자는 서대문유선 외에 64개 업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계유선의 경영실태를 분석한 결과 96년도 순이익은 4백80억6천7백만원으로 전년대비 2백12%가량 성장했으나 97년 8월까지 순이익은 1백21억원에 그쳐 다소 부진했다.
중계유선방송이 제공하는 채널수는 평균 15.2개 채널인데 이중 지상파 중계송신 채널(5.1개), 국내 위성중계송신채널(3.4개), 해외위성채널(3.4개), 공지채널(0.8개), 녹음녹화채널(2.5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자별로 살펴보면 전체 사업자의 17.2%(1백48개)가 20개 이상 채널을 송신하고있으며 13∼20개 이상 송출하는 업체도 42.7%(3백67개)에 달했다. 즉 전체 사업자의 59.9%(5백15개)가 법정 채널 수를 초과해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중계유선 사업자들이 갖고 있는 전송선로의 품질은 어떨까. 이 대목은 정통부가 빠르면 다음달중에 중계유선사업자를 케이블 전송망사업자(NO)로 지정할 방침이어서 특히 관심을 끌만한 사항이다. 최근 일부 사업자를 중심으로 광케이블 설치 움직임이 일고 있으나 대부분 동축케이블로 포설되어 있다. 중계유선사업자들은 97년말 현재 총 27만5천6백43대의 증폭기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전송선로 3백m당 1대씩의 증폭기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다.
이 중 케이블TV 전송망으로 활용할 수 있는 4백50㎒(60채널)급 증폭기는 35%이며 7백50㎒까지 수용할 수 있는 증폭기도 4.6%에 달한다. 그러나 전체 전송시설의 65%가 2백16㎒급으로 전송망의 업그레이드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스템 형태별로 보면 인터넷, 주문형비디오(VOD)까지 가능한 양방향시스템이 전체 전송시설의 8.3%에 불과하며 91.7%는 단방향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계유선의 전주 이용현황을 보면 한전의 전력주(70.6%), 한국통신주(16.5%), 자가주(12%), 기타(0.9%) 등으로 한전주를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