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우리영화 화두는 "여성과 성"

올 가을 선보일 한국영화의 화두는 「여성과 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영화 「퇴마록」의 폭발력이 초가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는 있지만, 「여고괴담」이 안방극장으로 상영공간을 옮겨가면서 일단 여름 공포영화 열풍은 수그러드는 추세다. 이제 가을에 걸맞는 영화가 등장할 때가 됐고, 그 중심에 「파란대문」과 「처녀들의 저녁식사」가 있다.

작년 하반기 이후 최근까지 한국영화의 화두는 「눈물」에서 「웃음+공포」 「공포」로 이어져왔다. 「접속」 「편지」 「8월의 크리스마스」 등 관객의 눈물을 자아낸 영화들이 잇따라 성공했고 독특한 코믹공포물 「조용한 가족」의 장르파괴가 있었으며, 그 과도기를 지나 「여고괴담」과 「퇴마록」이 흥행 바통을 넘겨받았던 것. 이후 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한국영화계가 선택한 이야기는 파격(파란대문)적이고도 은밀(처녀들의∥)한 여성들의 성적 행태다.

9월중순에 개봉할 「파란대문」은 올상반기 영화진흥공사가 실시한 판권담보융자 선정작. 「악어」와 「야생동물 보호구역」을 연출하면서 작가주의 영화감독으로 자리매김한 김기덕의 세번째 작품이다. 파격적인 주제의식으로 자신의 영화를 포장해온 김 감독의 성향에 비춰 「파란대문」 역시 차가운 블루톤 영상으로 관객들의 감성을 가라앉힐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창녀촌이 철거되면서 진아(이지은)는 포항의 「새장여인숙」으로 온다. 그곳에는 1남 1녀의 4인 가족이 있다. 바닷가 파란색 대문 안의 창녀 진아와 주인집 딸이자 여대생인 혜미(이혜은) 사이엔 성적편견, 열등감, 우정이 복잡하게 어우러진다. 진아는 아름다운 꿈을 좇는 순수를 지녔지만 파란대문집 아버지(장항선)에게 농락당하고, 혜미의 남동생 현우(안재모)의 욕정마저 채워준다. 아슬아슬한 줄타기 끝에 파국은 없이 진아와 혜미의 우정이 생겨난다. 둘 사이의 결속은 성을 매개로 한 것이어서 혜미는 몸이 아픈 진아를 위해 대신 손님을 받아들이는 파격을 선보인다.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의 식탁에는 여성들만의 은밀한 성적 대화가 메뉴로 오른다. 오르가즘, 결혼, 간통 순으로 요리코스가 정해져 있고 메인메뉴는 「세 여자가 바라보는 남성의 육체와 그들의 반응」이다. 영화아카데미 5기 출신으로 「구로아리랑」 「개벽」 「김의 전쟁」 등의 연출부를 거친 임상수 감독의 데뷔작이다.

모든 남자와 자유롭게 섹스를 즐길 수 있다는 호정(강수연), 오직 한 남자와의 섹스와 결혼을 행복으로 여기는 연(진희경), 별다른 성적 경험이 없는 순(김여진) 등 스물아홉살 세 여자가 모여 여성들만의 은밀한 이야기를 펼친다. 최근의 성개방 풍조를 여성들만의 은밀한 시각을 빌어 충격적으로 표출해내는 영화가 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이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에 영화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올 가을 부산영화제에 초청된 나인필름의 「정사」(감독 이재용)도 유부녀와 동생 애인의 불륜을 통해 여성의 숨겨진 성적 욕망을 담는 등 충격적인 사랑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기에 유부남, 유부녀의 비정상적인 애정행각을 다룬 「실락원」도 곧 개봉될 예정으로 있는 등 올 가을 한국영화계는 「파격적인 성 이야기」의 계절을 맞게 될 것 같다.

<이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