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금속, "동박 생산" 파장

LG금속이 PCB의 핵심 소재인 동박을 본격 생산키로 함에 따라 국내 PCB용 동박업계는 물론 PCB업계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LG금속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처럼 PCB 관련업체들이 LG금속의 동박 공급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까닭은 LG금속이 대기업이란 측면과 LG화학, LG전자 등 PCB용 동박 사업에 직간접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LG그룹이 뒤에 버티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우선 LG금속은 지금까지 PCB용 동박 사업에 참여한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대기업군에 속하고 있다. 대기업이 중소 기업들이 영위하고 있는 업종에 신규 참여할 경우 통상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가격공세를 취하곤 한다. 대기업이 가격으로 밀어붙힐 경우 그동안 근근히 기술개발을 통해 시장을 일궈온 중소기업들은 일거에 시장을 내주고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틈새품목만을 공급하는 전문업체로 전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던 게 부인할 수 없는 국내 재계의 관행이다. 이같은 병폐로 인해 대기업이 중소기업 품목에 신규 참여할 경우 해당 중소기업들은 거세게 반발하곤 한다. LG금속의 동박 사업 참여도 비슷한 우여곡절을 겪은 바 있다. LG금속은 이같은 중소기업의 반발을 의식해 중소 동박업체의 사업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등 갖가지 명분을 내세우고 이 사업에 발을 디뎠고 이제 제품양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일진소재산업, 태양금속 등 기존 동박업체들은 당초 LG금속이 대외에 천명한 사업형태를 유지할지를 지켜보고 있다. 이에 대해 LG금속의 한 관계자는 『가격으로 기존 업체를 곤경에 빠뜨리는 경우는 없을 것이고 기술로 승부하겠다는 게 LG금속의 기본 사업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가격공세와 더불어 기존 동박업체들이 우려하고 있는 쪽은 LG전자, LG화학 등 LG그룹에 속해 있는 전자정보통신 계열사들의 움직임이다.

왜냐하면 LG그룹은 여타 다른 대기업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PCB 관련사업에 집중적인 투자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 LG금속과 비슷한 시기에 LG화학이 동박을 핵심 소재로 한 원판 사업에 신규 참여했고 LG전자는 규모면에서 국내 최대의 PCB업체다. 여기에다 LG전자, LG정보통신, LG전자부품 등 다수의 계열사들이 전자정보통신 관련 완제품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계열사들이 십시일반으로 LG금속을 지원할 경우 LG금속은 단숨에 국내 동박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게 PCB업계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이에 대해 LG금속의 한 관계자는 『LG그룹의 각 계열사는 독립적인 경영을 하고 있고 부품구매의 경우 가격 및 기술력에 입각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계열사라고 해서 우선 고려대상이 될 수 없다』고 잘라말하면서 『오히려 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영업이 더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LG금속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기존 국내 동박업체들은 경계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LG금속의 동박 사업 전개방향을 지켜보고 있어 당분간 국내 동박 시장에는 LG금속의 참여로 인한 긴장감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