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을 사고 싶은 사람들은 용산전자상가로 간다. 그곳에 가면 모든 전자제품을 다 볼 수 있으며 가장 값싸게 물건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관광오는 외국 사람들은 이태원에 간다. 그들이 사고 싶어 하는 물건을 파는 가게들이 수백개가 모여 있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SW)를 사고 싶은 사람, 시스템 인티그레이션을 해줄 업체를 찾고 싶은 사람, 정보 관련기술을 팔고 싶은 사람, 정보 관련 기술자를 구하고 싶은 사람, 이런 사람들은 앞으로 미디어밸리를 찾게 될 것이다.
벤처 비즈니스를 하려는 사람에게는 할 일이 너무도 많다. 돈 대줄 사람을 찾아야 하고 정부를 상대로 각종 수속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하며 기술인력도 구해야 한다. 또 만든 제품을 공동으로 팔아줄 장터를 찾아야 한다. 또한 경영 컨설턴트의 도움도 필요하고 PR 전문가의 도움도 필요하다. 미디어밸리가 바로 이러한 것을 제공하는 곳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디어밸리는 각종 세미나, 워크숍, 전시회를 통해 정보를 교환할 광장을 제공할 것이고, 실리콘밸리와 같이 호흡할 수 있는 정보인프라가 제공될 것이다. 미디어밸리에서는 점심 먹으러 가서 만나는 사람들이나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도 모두 각종 아이디어와 정보를 가진 정보산업 관련인사이고 저녁에 맥주집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미국, 일본 등에서 온 정보산업 관련인사다.
지금 미국에는 30만명의 정보관련 기술자가 부족하다고 한다. 또 독일에서는 5만명, 일본에서는 4만명의 정보관련 기술자가 부족하다는 보도가 있다. SW라는 것은 한번 만들어 놓고 보면 더 좋은 기능을 붙일 필요가 생겨 새로운 버전을 만들어야 한다. 이 때문에 SW가 많은 회사일수록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고 정보산업이 발달된 나라일수록 인력의 수요가 더 많은 법이다. 이러한 인력부족을 메우기 위해 선진국들이 찾는 곳이 인도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한국도 이렇게 되도록 해야 한다. 지난 96년 한해 동안에 무려 8만5천명의 대학생이 정보산업 관련학과에 입학했다. 이들은 잘만 훈련하면 한국이 세계의 SW와 컴퓨터의 생산기지가 될 수 있는 훌륭한 바탕이 된다. 인구대비 대학생수의 비율을 보면 한국은 캐나다, 미국 다음으로 세계 3위다. 한국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대학에 가기를 원한다. 그래서 3D직종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를 수입하면서도 마음에 드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거리를 방황하는 대학 졸업생들이 무척이나 많다. 이들을 전력화해 세계 SW 생산기지의 역군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을 담을 그릇이 미디어밸리다. 미디어밸리는 수도권에서 가장 값싼 토지를 공급할 뿐 아니라 풍부한 기술인력을 배출하는 기술자의 재생산 기지가 된다. 비관론자들이 말하기를 인도는 우리나라에 비해 임금이 싸고 영어를 잘하기 때문에 SW 생산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우리는 그러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외에 SW 생산기지를 찾고 있는 외국기업의 말을 들어보면 질높은 기술수준만 있으면 기술자의 급료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훌륭한 기술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성공적인 시범사업만 완수하면 외국의 일거리를 가지고 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기존 SW회사나 대기업의 정보화 개발부서에서도 새로운 사무실을 구하려고 할 때 미디어밸리는 최적의 대상이 된다. 미디어밸리는 저렴한 가격으로 사무실 공간을 마련할 수 있고 각종 지원시설이 완비되며 정보가 풍부해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의 집적효과는 상승효과를 갖기 때문에 모이는 사람의 제곱에 비례하는 유용성을 나타낸다.
아시아에서 정보산업의 지원센터 또는 생산기지를 찾고 있는 외국기업에 대해 우리는 경쟁국가보다 유리한 조건을 마련해 이들의 투자를 유인해야 한다. 그래서 미디어밸리를 국제화한 SW 생산기지가 되도록 키워 나가야 한다.
미디어밸리는 금년 말까지 자본금을 3백50억원으로 늘리고 내년 말부터는 입주자를 받아들이게 돼 있다. 다행히 IMF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이 투자에 참여하고 있으며 입주 희망기업도 많다.
정보통신부는 SW산업 지원을 위해 많은 프로그램을 갖고 있으며 또한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투자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정통부는 미디어밸리에 우선적으로 집중적으로 투자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李龍兌 정보산연 회장, 삼보컴퓨터 명예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