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 "수출 항로" 변경 신중 검토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 이후 국제 금융시장은 물론 현물거래시장마저 경색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 가전3사가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으나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해 올해 수출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우전자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사태로 동구와 유럽은 물론 중국과 동남아 및 중남미지역의 주가가 폭락하고 화폐가치가 떨어질 조짐을 보이는 등 국제 금융시장이 매우 불안하다』며 『이로 인해 각 지역의 딜러들이 무역거래를 일시 중단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가전3사 관계자들은 『특히 지난 상반기 러시아와 동남아시장의 위축으로 현지딜러들은 물론 두바이, 파나마, 싱가포르 등 주요 거점지역의 딜러들의 활동이 매우 저조한데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거래가 활발했던 중남미지역 바이어들마저 관망세로 돌아서는 바람에 가전수출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가전3사는 최근 본사 및 지역별 법인장들간 협의를 잇따라 갖는 등 비상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별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전자의 한 수출관계자는 『이제는 문제가 되는 지역에서 발생한 수출차질을 다른 지역에서 만회하는 대응책을 끌어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대응책의 초점은 수출목표 달성이 아니라 피해 최소화에 모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가전3사는 러시아사태 이후 발생하고 있는 금융 및 현물시장 불안정으로 최소한 10∼20%의 수출차질을 예상하고 올해 사업계획을 전면 수정하는 한편 지역별로 환율변동과 경기침체 여파로 발생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온힘을 쏟고 있다.

가전3사는 본사, 해외공장 및 판매법인들간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재고축소에 나서는 동시에 신용장거래가 가능한 대형딜러와 거래를 확대하는 대신 신용거래가 불가피한 소규모 딜러들과는 신용기간 단축이나 채권을 줄여나간다는 전략이다.

<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