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방송법 제정후 새로 출범하는 통합방송위원회가 과연 행정부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방송정책 및 행정 전반에 관해 자율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까.』
최근 국민회의가 내놓은 방송법수정안으로 촉발된 통합방송위원회의 위상에 관한 논쟁이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김종필 국무총리가 신문, 방송, 해외홍보에 관한 업무를 문화관광부에서 공보실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하면서 통합방송위원회의 위상문제가 또 다시 방송계의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의 방송장악 의도가 노골화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현재 방송위원회, 방송인총연합회 등 방송관련 유관단체들은 이번 국민회의 방송법 수정안에서 규정하고 있는 통합방송위원회가 당초 국민회의가 공약한 독립규제기구의 성격을 갖기 보다는정부의 산하기관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측은 통합방송위원회가 국회, 대법원, 감사원, 선거관리위원회, 헌법재판소 등 헌법상에 규정한 독립기관은 아니지만 사실상 「독립기관에 준하는」 지위를 누리게 될 것이라며 최근 제기되고 있는 방송계의 우려는 법체계를 잘못 이해한데서 온 오해라고 해명하고 있다. 통합방송위원회는 헌법상 독립기관과 금융감독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합의제 행정기구의 중간적인 성격을 유지하면서 정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같은 국민회의 설명에 대해 방송위원회 등 유관단체들은 별로 수긍하지 않는 모습이다. 당초 1차 시안에서 「방송위원회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해 필요한 사항은 방송위원회 규칙으로 정한다」고 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수정안에선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변경함으로써 방송위원회와 정부의 관계를 종속관계로 설정했다는 시각이다. 대통령령의 제정은 기본적으로 행정부의 권한이라는 것이다. 방송위원회 등 유관단체들은 국민회의가 이처럼 법안을 수정키로한 것에 대해 방송위원회의 지위를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감독위원회처럼 국무총리 소속으로 하고 방송위원회의 조직 등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자는 문화관광부의 제안을 상당부분 수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회의 안은 방송위원회 위원장이 국무총리에게 의안(대통령령)의 제출을 건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단순한 건의일뿐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는 단계에서 행정 각부의 간섭이 충분히 가능하며 국무총리가 방송위원회에서 제출한 의안에 대해 실질적인 승인권을 갖는다는 것이다. 특히 방송관련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나 정보통신부가 각각 대통령령 제, 개정안을 제출할 경우 방송위원회가 전혀 관여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방송위원회가 사무처 조직에 관해 대통령령의 제정을 건의한다 하더라도 그 심의과정에서 정부가 사무처의 인적구성에 직접 간여할 수 있으며 행정부 소속 공무원을 사무처 직원으로 근무케함으로서 독립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행법에서도 방송위원회나 종합유선방송위원회는 사무처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각 위원회의 규칙으로 정하고 있는데 이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것은 현행보다도 후퇴한 안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이같은 방송위원회 등 유관단체의 지적에 대해 국민회의측은 새방송법안이 통합방송위원회의 위상을 결코 훼손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우선 방송위원회가 금융감독위원회나 공정거래위원회처럼 특정 행정 조직에 속한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으며 위원장이 국무회의에 참석, 의안 건의권을 행사할 수 있어 사실상 의안 제, 개정권을 행사할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방송위원회의 조직 등에 관해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했으나 대통령령에선 전반적인 조직의 틀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운영방안은 위원회 규칙으로 넘길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방송위원회도 결국은 정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는 기관이기 때문에 다른 정부 기관과 마찬가지로 예산편성권자부터 예산상 규제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예산상 규제를 받는 것을 곧 바로 정부가 간여하는 것으로 간주하거나 위원회를 정부의 종속기관으로 이해하는 것은 논리적인 비약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장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