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업실] 신경섭 기상청 기상개발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오랜만에 찾아간 화랑에서 도무지 그 뜻을 알 수 없는 추상화를 보며 애써 그 의미를 찾으려 해본 사람이라면 이 말의 뜻을 잘 이해할 수 있다.

이 말은 컴퓨터를 설명할 때도 자주 인용된다. 「컴퓨터는 아는 만큼 활용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컴퓨터의 쓰임세는 거의 무궁무진하다는 뜻.

신경섭 기상청 기상개발관(국장, Mbps5)의 컴퓨터 사용환경을 살펴보면 이 말의 의미를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는 기상청에서 레이더와 자동기상관측장비(AWS) 등으로 수집된 각종 기상데이터를 슈퍼컴퓨터 등을 통해 종합, 분석한 후 이를 예보관들에게 제공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정보통신이 주는 혜택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신 국장의 사무실에는 지난 96년과 93년에 각각 구입한 펜티엄PC와 레이저프린터가 한 대씩 설치되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들 장비는 모두 T1급 전용회선으로 일본 등 세계 주요국가 기상청은 물론 전국 87개 시, 군에 흩어져 있는 지방기상청 및 사무소와 연결되어 있어 각종 기상자료를 실시간으로 교환할 수 있다.

따라서 신 국장은 사무실에 앉아서도 일본 기상청이 쏘아올린 기상위성에서 제공되는 한반도 상공의 구름사진과 서울, 부산 등에 설치된 5대의 기상레이더에서 수집된 각종 기상데이터를 1시간마다 체크해 볼 수 있다.

이들 데이터는 또 기상청의 수치예보과 등에서 슈퍼컴퓨터를 통해 분석, 가공된 후 예보관실로 전송되며, 예보관들은 이렇게 수집된 다양한 정보를 최종 종합, 분석해 12시간(초단기 예보) 또는 하루 앞의 일기를 예보하게 된다.

기상청은 이렇게 생산한 기상정보를 신문, 방송 등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알리는 한편 더욱 자세한 정보가 필요한 사람을 위해서는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kma.go.kr) 등을 통해서도 공개하고 있다. 특히 96년 개통된 기상청 홈페이지는 지난 2년동안 검색 건수만 약 1백20만회를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신 국장은 기상청이 지금과 같이 우수한 정보통신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큰 공을 세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서울대 및 미 텍사스 A&M대 등에서 기상학을 전공(기상학 박사)한 후 지난 89년 유치 과학자의 신분으로 귀국, 약 1년동안 시스템공학연구소(SERI)에서 일한 후 90년부터 기상청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기상청에서 수치예보과장, 예보총괄반, 기상개발관 등으로 근무하면서 특히 정보화를 통한 기상예보 업무의 현대화에 거의 절대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PC로 기상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업무까지 도맡아 했으나 최근 국장으로 승진한 후 직접 프로그램을 짜는 일은 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할 정도로 컴퓨터 없는 신 국장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는 업무 외에는 컴퓨터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이에 따라 집에 있는 컴퓨터는 의례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게임을 하는데 주로 사용된다고 한다.

<서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