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벤처지원 포럼]주제토론-"벤처기업육성 특별법"

전자신문사가 후원하는 「벤처지원포럼」은 지난 27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2시간 동안 서울 여의도 한반도정보화추진본부 회의실(삼보빌딩 17층)에서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모임에서는 대학 교수, 연구원의 겸직 허용과 연구시설의 공장등록 허용을 비롯한 주요 관심사항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교수 겸직 허용을 환영하면서도 허용 자체가 곧바로 창업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며 연구시설의 공장등록 허용 또한 획기적인 발상이라면서도 연구단지의 공단화와 같은 부작용을 우려했다. 이날 토론된 내용을 간추려 싣는다.

<편집자>

△오해석(숭실대 부총장, 사회)=이번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의 가장 큰 특징은 교수와 연구원들의 벤처창업을 유도하기 위해 겸직할 수 있도록 한 것과 대학 및 연구기관의 시설에 대해 공장등록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점입니다. 이에 대해 먼저 대학에 몸담고 계신 김호기 교수님과 이일병 교수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김호기(과기원 신기술창업지원단장, 교수)=개정안에서 교수, 연구원 겸직 허용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은 매우 파격적이며 만족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겸직 허용이 교수나 연구원들의 벤처창업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회의적입니다. 법조항을 완화시켰다고 해서 곧바로 창업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교수들은 매우 보수적이어서 창업하겠다는 용기를 선뜻 내지도 못할 뿐더러 엄두조차 내기 힘듭니다. 직접 창업을 하기보다는 교직에 있으면서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나 특허를 자본과 경영능력을 갖춘 전문가들에 위탁해 사업을 영위토록 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입니다. 따라서 실질적인 창업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좀더 보다 구체적인 지원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일병(연세대 교수)=겸직허용 문제는 당장 현실적인 문제에 부닥칠 우려가 있습니다. 요즘 대부분의 학교에서 휴직하는 데 찬성하지 않을 뿐더러 상당수 학교가 교수창업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국제통화기금(IMF)으로 인해 학교예산도 줄고 연구인력도 줄이는 추세며 학교가 교수창업의 이득에 대해 잘 모르고 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 스탠퍼드대학의 경우 창업이 자연스럽고 학교재정에 기여도도 많은 반면 우리나라 공대의 경우 전기나 물을 많이 쓴다며 곱지 않은 시선입니다. 때문에 교수나 연구원들의 창업이나 겸직 허용으로 학교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무엇인가를 일깨워줄 수 있는 실질적인 작업과 규정이 필요합니다.

△김호기=실험실 공장등록 역시 사실 오래전부터 기대해왔던 부분으로 이번 개정안에 수렴된 것은 매우 훌륭하며 참신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이나 연구단지가 몰려있는 대덕연구단지 등에서는 과연 이같은 조치가 바람직한가 하는 생각이 앞섭니다. 특수목적을 노리는 단체가 악용할 경우 연구단지 전체가 공단화돼 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연구단지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법의 선별적 적용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배명진(숭실대 창업지원센터소장, 교수)=이번 개정안은 「실험실공장」이나 교수, 연구원 겸직 등 벤처창업을 한울타리로 보고 있는 것 같은데 벤처창업은 단계별로 보아야 합니다. 즉 아이템 발굴에서부터 시작품개발, 상품화, 기업화, 양산 등의 단계로 나눠 단계별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또 대학이 벤처창업에 따른 인센티브를 가질 수 없다면 창업지원에 나서지 않습니다. 따라서 대학에 일정지분을 할애해 재정적, 정신적 인센티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돼야 합니다. 막연한 실험실 창업 허용만으로는 교수들을 창업으로 이끌 수 없습니다.

△오해석=벤처자본금 기준도 기존 상법기준에 따라 5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하향조정됐다가 다시 3천만원으로 재조정될 것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토론해 주시죠.

△김호기=벤처창업 설립자본금 규모를 2천만원 이상으로 조정한 것도 아주 잘된 일입니다. 그렇지만 기왕 기준을 완화할 바에야 아예 1천만원 선까지 낮춰 누구든 쉽게 창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설문수(중진공 벤처창업지원처장)=상법에서 법인 자본금을 5천만원으로 한 것은 법인이 공신력을 가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소한의 운영자금 선에서 정한 기준입니다. 아무리 벤처라 하더라도 불특정 다수가 투자를 하는 법인인만큼 자본금 기준을 너무 낮게 한다면 신뢰성에 문제가 있을수 있습니다. 다만 김호기 교수가 제안한 의견은 하나의 안으로 제안할 수는 있습니다.

△이일병=병역특례 지원에 관한 부분이 빠져있는 것도 아쉽습니다. 현재 병역특례요원의 경우 5년 동안 1번만 전직이 허용됩니다. 따라서 만약 벤처기업으로 전직한 후 그 업체가 부도가 나면 다시 군대를 가야 합니다. 병무청과 협의해 벤처기업 근무자에 한해 특례를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됐으면 합니다. 가능하다면 벤처창업의 경우 병역의 완전면제도 고려해 봄직합니다. 물론 악용될 소지도 있지만 부작용을 막기 위한 일련의 절차를 마련해 젊을 때 창조적인 마인드로 벤처창업을 할 수 있도록 법안 개정이 필요합니다.

△설문수=병역특례 사항은 병무청 소관이라 당장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현재 이와 관련, 관계부처간 일련의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해석=에인절의 투자활성화를 위한 세금혜택, 자금출처 불문 등과 같은 조치 이외에도 검토해야 할 사안은 없겠습니까.

△김호기=에인절 투자에 관한 조항도 있으나 애매모호하게 돼 있어 보다 구체화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개인투자의 경우 세금혜택을 준다거나 자금출처를 묻지 않는 등 에인절 투자를 활성화하고 유휴자금을 투자로 끌어들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보험과 관련되는 사례도 있을 수 있는만큼 보험제도를 벤처에 적용하는 것도 생각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일병=벤처의 성공을 위해서는 에인절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벤처환경은 사실 많은 개인들이 벤처창업을 시도하지만 투자자로부터 돈을 지원받는 비율이 극히 낮습니다. 벤처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초기창업 때 많은 지원을 받아야 합니다. 또 에인절의 역할을 높이기 위해선 세금이나 자금출처와 같은 에인절 투자를 가로막는 법적 규정들을 과감히 뜯어고쳐야 합니다.

△오해석=에인절 문제도 결국 자금조달로 귀결됩니다. 이 문제에 대해 벤처펀드사의 입장에서 박동원 부장께서 한말씀 해주시죠.

△박동원(한국기술투자 부장)=현재 코스닥시장은 상장시장과 차별화되어 본래 자본시장으로서의 제기능을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개정법안에서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코스닥 등록요건을 강화하고 코스닥 등록업체의 기업평가기능을 강화해야만 투자가들을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현재 3백여개의 업체가 코스닥에 등록돼 있으나 반기매출이 5억원 이하인 업체도 있을 정도로 유명무실한 실정입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4만원 이상하던 코스닥 주식이 현재는 몇천원 정도로 급락해 있는 실정이어서 일반투자자들은 코스닥업체를 쳐다보지도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벤처업체들의 자금조달은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코스닥시장 활성화의 관건은 공정평가기관에 달려 있는만큼 개정안에 이같은 점들이 수용될 수 있으면 합니다.

△설문수=벤처기업의 실리콘밸리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실리콘밸리 환경을 검토해본 결과 성공적인 벤처육성은 에인절 활성화가 관건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따라서 에인절클럽을 적극 구성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 개인투자자들이 손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박동원=동일한 맥락에서 개정안에서 이스라엘의 요즈마펀드와 같은 공공펀드인 「코리아펀드」를 설립키로 한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또 개정안에 벤처기업의 매출선 확보를 보장해주기 위해 우선 구매제도를 통해 수의계약을 할수 있도록 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다만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영업력과 로비력이 있는 업체에게 유리하게 적용돼 특정업체만 커갈 수 있는 근거가 될수 있다는 점입니다. 즉 기술이나 제품으로 공정경쟁을 해나갈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오해석=정부가 법개정을 통해 벤처창업을 지원하려는 데는 더 많은 벤처를 만들고 성공시켜려는 의지로 생각됩니다. 오늘 여러분들이 장시간 토의한 내용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개정법안에 수렴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정리=구근우, 이중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