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계, PC 저가경쟁에 "속탄다"

 D램 폭락, CPU경쟁시대 돌입, 하드웨어 기능의 소프트웨어 대체 등 이같은 일련의 움직임을 기반으로 PC의 저가화가 촉진되면서 이것이 고스란히 반도체업계에 가격인하 압력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을 거듭, PC용 반도체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가장 심한 타격을 입은 분야는 국내업체들의 주력 시장인 메모리분야. 지난 95년 50달러대에 형성됐던 16MD램의 가격이 현재 1달러대로 떨어져 1, 2개 업체를 제외하고 모두 적자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PC저가화에 따라 PC당 장착되는 메모리 평균 용량이 45MB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부 저가 PC에는 아직도 16MB가 장착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메모리업체들의 과잉생산 체제가 계속 유지되고 있는 데다 PC의 저가화로 PC당 메모리 수요 증가에 의한 D램 공급과 수요균형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차라리 디지털 TV와 같은 신규 수요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D램 가격폭락에 한발짝 물러나 있었던 CPU업계도 이제는 사정권내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사이릭스^AMD 등 호환칩업체들이 저가 PC라는 개념을 들고 틈새시장 진입에 성공하면서 업체간 시장경쟁에 의한 CPU의 가격하락을 불러왔다. 특히 그동안 고가 PC시장의 우위를 바탕으로 일부 저가 PC시장을 호환칩업체에 양보해왔던 인텔이 최근 저가 PC시장의 급성장에 따라 이들 시장도 적극 대처하기로 결정, 가격경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미 인텔의 주력제품 중 하나인 셀러론 2백66이 8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인텔의 CPU 평균가격도 지난해 2백60달러에서 최근에는 2백10달러까지 하락했다. 또 인텔의 일부 재고물량과 호환칩업체들의 일부 제품이 50달러 미만에 공급돼 5백달러 미만의 PC도 선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관련, 인텔측이 올해안에 한두차례 가격인하를 단행하고 호환칩업체들도 가격인하를 단행한다는 계획이어서 CPU 가격 인하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또 하드웨어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대처하려는 움직임도 확대되고 있다. 이미 DVD 재생 기능은 DVD칩을 대신해 소프트웨어가 처리하고 있으며 모뎀기능도 컨트롤러 기능을 제외한 소프트모뎀 방식이 시장을 급속히 확대시키고 있다. 또 내년에는 사이릭스가 10여가지 반도체 기능을 CPU에 내장시킨 PC온어칩을 출시하고 인텔도 통합칩 개념의 CPU를 출시한다는 방침이어서 PC용 주변 반도체시장이 크게 위축, 가격인하 압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머큐리리서치는 메모리를 제외한 PC용 반도체업체들의 총 매출이 지난해 2백26억달러에서 올해는 2백17억달러로 4% 정도 하락한 것으로 전망했다.

<유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