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정보시스템 양재현 사장
「기초부터 시작한다.」
한길정보시스템 양재현 사장이 내세우는 경쟁력은 단연 기술력이다. 원천 기술력을 확보한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는 설립 5년 정도 지나면 그 성패가 확연히 판가름난다고 강조한다. 이는 한길정보시스템이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기 때문이 아니라 기술력이 회사를 이루는 토대이자 원동력이라는 양재현 사장의 뚜렷한 경영철학에 기인한다.
『회사규모.종업원수 등 사세를 확장하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다른 회사와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는 앞선 기술력 확보입니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기술력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우위를 보일 수 있는 원천기술이 필요합니다. 특히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는 벤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남이 하지 못하는 분야와 신기술에 투자하는 것이 경쟁력을 키우는 길입니다.』
양 사장은 회사 외형보다는 내실을, 매출보다는 수익 위주의 경영을 회사운영의 모토로 삼고 있다. 사실 한길정보시스템은 회사가 설립한지 올해가 8년째지만 회사규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매출액면에서는 50억원을 채 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당기순이익면에서는 지난 94년 이후 매년 50~60% 이상씩 고속 성장했다.
특히 한길정보시스템은 그동안 외산에 의존하던 컴퓨터통신통합(CTI) 서버용 엔진을 국산화하고 한국통신에 공급해 관련업계 관계자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동안 CTI서버 엔진의 국산화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CTI업체들이 차일피일 미루던 것을 한길정보시스템이 결국 상용제품을 개발한 것이다.
한길정보시스템은 CTI서버 엔진 국산화에 이어 멀티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합한 스위칭 장비 국산화에 나서고 있다. 스위칭 장비 역시 그동안 몇몇 외국 네트워크업체가 상용제품을 가지고 있을 뿐 국내업체는 쉽게 접근하지 못한 분야다.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힘들더라도 남이 하지 않는 분야를 공략해야 한다는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진리를 그대로 실행에 옮기고 있는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을 맞아 대부분의 기업들이 구조조정이니 비용절감이니 비상이 걸린 가운데 한길정보시스템은 단지 회사 내부조직만 새롭게 개편했다. 회사조직을 사업.연구.응용 그룹으로 세분화해 연구개발 중심으로 전문화한 것이다.
『IMF가 주는 교훈이라면 기술력이 바로 경쟁력이라는 점입니다. 그동안 국내기업은 너무 외형위주로 회사를 운영해 실질적인 경쟁력은 부족했다는 생각입니다. 손쉽게 달성한 성과는 쉽게 허물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양재현 사장은 지금도 절대 무리하지 않고 차근차근 기초부터 기반을 다졌던 것이 IMF 태풍에서 비켜날 수 있는 길이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강병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