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PC시장판도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국내 PC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가 그 격차를 얼마나 좁힐 것인가와, 시장점유율 3위 자리를 어느 업체가 차지할 것인가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총 66만대의 PC를 공급해 34%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면서 29만대를 판매해 2위를 차지한 삼보컴퓨터를 2배 이상의 격차로 따돌리고 확고한 1위를 고수했으나 최근 들어 삼보컴퓨터의 약진으로 점차 그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 상반기에 삼성전자는 약 20만대의 PC를 공급하면서 1위 자리를 고수했으나 삼보컴퓨터가 12만대를 공급해 삼성전자 따라잡기의 고삐를 바싹 죄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하반기에는 겨울철 최대 성수기가 끼어 있는데다 최근 새로운 교육망 시장이 급부상하면서 PC업체간 치열한 공방전이 시작됐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따돌리기와 삼보컴퓨터의 따라잡기가 그 어느때보다 격렬한 양상을 띠고 있다.
선두업체에 이어 3위 다툼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까지는 LG IBM이 시장점유율 3위를 확고히 지켰다. LG IBM은 지난해 총 21만대의 PC를 공급해 시장점유율 15%를 차지함으로써 17만대를 판매해 10%의 시장점유율을 보인 대우통신이 여전히 4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올들어 대우통신이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늘려 나가고 있는 데 비해 LG IBM은 다소 주춤한 양상을 보이면서 이같은 구도에 변화가 일고 있다. 더욱이 현대전자의 바통을 이어받은 멀티캡이 이달 중순에 신제품을 내놓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설 태세여서 올 하반기 중에 시장점유율 3위 자리는 더욱 예측하기 힘들게 됐다.
대우통신과 LG IBM은 올 상반기에 약 6만대 안팎의 PC를 판매하면서 「3위 업체를 따라잡았다」와 「3위 자리를 고수했다」는 상반된 주장을 펼칠 만큼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멀티캡이 3위 자리에 도전장을 던지면서 이들 업체를 위협하고 있다.
멀티캡은 최근 전국 유통망 재정비, 생산시설 도입 등 사업기반 다지기를 마무리한 데 이어, 이달부터 신제품 출시와 함께 행정전산망 및 교육망 시장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PC 시장공략에 나서면서 대우통신·LG IBM과 함께 3위 자리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멀티캡은 6개월간에 걸친 사업기반 다지기와 구조조정을 통해 IMF에 최적화된 사업기반을 갖게 된 장점을 활용, 올 하반기에만 총 8만대의 PC를 공급해 대우통신과 LG IBM을 따라잡는다는 전략이다. 특히 멀티캡은 기존 현대전자가 5위 자리를 벗어나지 못한 것은 행망용 및 교육망 시장을 외면했던 것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하고, 올 하반기에는 행망용 및 교육망 시장공략에 전력투구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해 최근 행망용 전담팀을 구성한 데 이어 행망용 전용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PC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PC시장의 급격한 위축으로 시장규모가 지난해에 비해 40% 가량 줄어들면서 오히려 시장쟁탈전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특히 올해에는 사업구조조정, 수요패턴 변화 등 급격한 시장변동 요인이 산재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시장구도에 큰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신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