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채널티어링제 잘될까

 문화관광부가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국(SO)들의 전채널 의무전송 규정을 폐지함에 따라 채널티어링(묶음제)에 관한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으나 프로그램 공급장르 변경 문제, 3분할 사업자간 이해상충 등의 요인으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문화부는 종합유선방송위원회·케이블TV협회·프로그램공급사(PP)·SO 등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채널 티어링에 관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다음달까지 채널티어링안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케이블TV 3분할 사업자간 이해관계가 상충하고 있는데다 그동안 채널티어링의 실시를 강력하게 주장해왔던 케이블 SO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기본 가입자의 이탈에 따른 수입감소 등을 우려, 채널 티어링의 도입에 불안감을 보이고 있어 제도 도입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케이블 SO들은 채널 선택권을 이유로 채널 티어링을 조기에 도입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으나 최근들어서는 채널 티어링 도입시 현재 확보하고 있는 기본 가입자들이 가격이 저렴하고 인기 채널 위주로 구성된 패키지쪽으로 대거 이동할 것을 우려하는 소리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PP들은 채널 티어링 보다는 현재의 기본 패키지 가격을 인하하는게 오히려 가입자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티어링 도입시 자본력이 부족한 PP들의 도산이 우려되는데다 시청자들의 시청습관이나 중계유선의 지역밀착도를 고려할 때 중계유선 가입자가 케이블 TV의 저가형 패키지로 전환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채널 티어링보다는 현재의 전채널 수신료를 5천원 또는 7천5백원선으로 대폭 인하해 가입자를 확보한 후 단계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채널 티어링이 불가피하다면 77개 SO가 지역실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경제형 채널 등 패키지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블 전송망사업자(NO)들의 반응도 이 제도 도입에 중요한 변수다. 채널 티어링 제도를 도입하면 4천∼8천원 사이에 다양한 패키지가 구성되는데 3분할 사업자간에 수신료를 분배할 경우 NO 사업자들의 분배몫이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현재도 NO사업자들은 전송망 사용료로 가입자당 7천∼9천원선은 되어야 NO 사업자의 채산성을 그나마 맞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문화관광부가 추진하고 있는 PP의 공급분야 조정도 채널 티어링 도입시 중요하게 검토해야할 사안이다. 그러나 채널 티어링과 공급분야 조정이 거의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혼선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공급분야 조정 작업이 끝난 후에 채널티어링 논의가 이뤄지는게 바람직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문화관광부가 추진하고 있는 채널 티어링 구성계획이 자칫 업계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채널티어링은 PP·NO와의 협의를 통해 채널 선택권을 갖고 있는 SO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장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