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4)

 『이거 네가 만졌니?』

 『예…. 미안합니다.』

 『미안해 할 것은 없고. 그런데 컴퓨터를 할 줄 아니?』

 『모릅니다. 오늘 처음 만져 보았습니다.』

 『뭐? 처음? 그런데 네가 변형시켜 놓은 거야?』

 『예, 형이 하는 것을 보고요.』

 『야, 너 컴퓨터 천재로구나. 어떻게 한 번 보고 이 어려운 프로그램을 변형시키지? 너 컴퓨터를 해라. 우리 학교에 컴퓨터반이 있는데 내가 반장이야. 들어올래?』

 『예.』

 나는 그로부터 핀잔을 듣지 않은 것만도 고마워서 대답했지만, 컴퓨터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가 나를 칭찬하는 것조차 실감이 나지 않았고, 무엇 때문에 칭찬을 하는지 알 수도 없었다. 다만, 그가 애써 만든 것을 망가뜨려 놓은 것이 미안해서 그 위기를 모면하는 것만이 관심사였다. 그 후로 교정에서 마주칠 때마다 그는 나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말했다.

 『야, 최영준, 너 컴퓨터반에 들어온다고 하고 왜 안와?』

 그는 한동안 나를 만날 때마다 컴퓨터 특활반에 들어오라고 했다.

 그래서 그것이 귀찮아서 나는 그를 보면 다른 데로 피하면서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

 냉담했던 나의 태도와는 달리 그는 오랫동안 호감을 가지고 나를 대했다. 얼마가 지나자 더 이상 컴퓨터반에 들어오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와 함께 학교를 다녔던 한해 동안 그는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아쉬움과 애정을 담뿍 담아 보냈다. 배용정 선배에 대한 존재는 나에게 별다른 의미를 주지 못했다. 그가 나를 바라보는 아쉬움 담긴 시선도 내가 해석하는 것과 그가 느끼는 것이 달랐을 것이다.

 그 이후에도 그는 나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컴퓨터를 하라고 권했지만, 내가 그의 말을 들은 일은 한 번도 없었다. 내가 바라는 것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여자들이 수두룩하게 있는 은행에 행원이 되는 일이었다. 은행에도 컴퓨터가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지만.

 그런데 이제 그가 등기우편을 보내온 것이다. 그리고 그 내용은 나를 놀라게 했다.

 -내가 이렇게 편지를 보내는 것은 너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