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현대 합병 각계 반응

 LG반도체와 현대전자의 반도체부문 합병에 원칙적으로 합의하자 국내 반도체 3사 관계자들은 아직 밑그림만 그려졌을뿐 구체적으로 나온 게 없다며 좀더 결과를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그러나 현대전자 측은 아쉬움을, LG반도체는 협상과정에서 현대전자의 태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 향후 단일 합병회사의 경영권 확보의지를 다지고 있다.

 반면 이번 반도체부문 구조조정에서 빠진 삼성전자는 표면상으로 담담한 표정이면서도 『현대와 LG가 합병하더라도 세계 메모리시장 판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이와 상관없이 자체 구조조정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합병 이후 정부 지원책의 내용에 대해선 신경이 쓰이는 모습이다.

 주대영 연구위원(산업연구원)=현재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메모리반도체와 LCD 분야를 동시에 경영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2개의 품목이 모두 컴퓨터라는 단일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라는 점이다. 라인당 15억달러 이상의 엄청난 자본을 필요로 하면서 같은 시장을 겨냥하는 국내 반도체 업종의 투자 방향은 매우 위험 부담이 많다. PC시장은 이미 성숙단계에 접어들어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최근 일본업체들이 속속 D램사업에서 철수하거나 축소하는 것도 이같은 상황판단에 따른 것이다. 어차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이번 합병이 향후 절차상에 어려움은 있겠지만 반도체 업종의 고질적인 적자 구조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김대욱 사장(세미피아컨설팅그룹)=반도체 업종은 이번 구조조정에 포함된 타 업종과 완전히 다른 속성을 가진 산업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 아쉽다. 반도체는 협소한 내수시장에서 국내업체들끼리 치고 받는 다른 업종과 달리 전체 생산량의 90% 이상을 수출하는 수출형 산업이다. 그런 의미에서 과잉 중복투자업종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 양사의 생산라인을 통합하는데 소요되는 비용 등을 감안할 경우 양사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향상 노력을 지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된다.

〈유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