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광장] 실직자 재교육 떠돌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실직자 재취업 기관들이 늘고 있지만 교육과목이나 내용이 현실에 맞지 않는 등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실직자 재취업 교육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 노동의 질을 높이거나 다른 분야로 진출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제도. 실직자를 줄이자는 당면 과제 외에도 장기적으로 우리 나라의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산업에 필요한 우수인력을 양성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교육을 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강료는 물론 교육수당까지 지급하는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 분야는 향후 전망이 밝은 산업으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어 재교육 수요가 많은 편이다. 이에 따라 컴퓨터 관련 전문학원은 물론 대기업 교육센터, 대학의 정보통신 관련학과까지 실업자 재교육 프로그램을 신설, 교육에 나서고 있다. 정보통신부도 올해 실업인력에 대한 정보통신 교육 지원을 위해 54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작 실직자 교육은 4∼6개월의 단기과정으로 일반적인 내용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실직적인 취업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지원금에 맞춰 커리큘럼을 짜다 보면 필요한 교육을 다 시키지 못하고 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선 교육장을 운영하는 데서부터 많은 차이가 나지요. 자동차학원이나 조리학원의 경우 한 개의 실습장만으로 교육을 할 수도 있겠지만 컴퓨터 교육은 1인당 1대씩 PC가 지급돼야 하지 않습니까.』

 한 컴퓨터학원 원장의 말이다.

 여러 학원들끼리 경쟁하다 보니 정부 보조만 받는 무료교육에 의존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교육을 받았으면서도 제대로 취업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물론 경기침체와 취업의 어려움을 고려해야겠지만 대부분의 구인회사들이 「재취업 교육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점은 짚어 봐야 할 사항이다.

 교육내용도 문제다.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학원과 교육기관들이 이제는 거의 유명무실해진 정보처리기사와 같은 자격증반을 운영하고 있다. 실직자 재취업교육이 바로 현업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키우는 교육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같은 강의는 적절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일부 교육기관의 형식위주 교육 때문에 정작 내실있는 교육을 하는 학원까지 수강생을 뺏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전문가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한 컴퓨터 학원 관계자는 『요즘은 무료 강좌들이 늘어나 수강생들을 모으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한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원들이 수강자들을 끌어모으는 데만 힘을 쏟을 것이 아니라 기업의 수요를 적절히 고려, 좀더 구체적인 교육목표를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일부 학원들은 강좌를 수강생의 수준별로 전문화해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또 정부도 교육기관 선정과 관리 등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수강생들도 무료라고 일단 등록하고 보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자신의 수준과 적성을 고려해 가장 적합하고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장윤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