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크로(월마트)가 국산 가전제품을 파격적인 가격에 시판해 물의를 일으키자 가전3사는 수입가전 제품을 시판하기 위한 명분쌓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한국마크로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거대양판점인 월마트가 인수한 한국마크로는 최근 컬러TV 등 대표적인 국산 가전제품을 대폭적인 할인가격으로 시판해 해당업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데 이어 제조사들의 일방적인 공급중단으로 제품판매에 어려움을 겪자 가전업체들에 공세를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컬러TV를 공급했던 대우전자는 『판매가격 책정이 아무리 유통사의 결정에 달렸다고 해도 상식 이하의 가격으로 시판하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난다』며 『한국마크로가 판매가격을 정상화하지 않는 이상 거래를 계속할 수 없다』고 공급중단 의사를 명백히 했다.
대우전자측은 『시판가격으로 볼 때 우리가 공급한 컬러TV는 행사품목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며 『한국마크로가 안정적인 물량확보에 대한 자신도 없이 일방적으로 가격을 책정해놓고 추가 물량확보를 못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된다면 이는 공급사가 아닌 판매사가 책임져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LG전자의 관계자는 『한국마크로와 LG전자가 직접 거래관계를 맺은 적은 없다』며 『시중에 유통되는 덤핑물량을 구입해 싼가격에 시판해놓고 이제 와서 물량을 공급받지 못해 시판하지 못한다고 변명하는 것은 소비자들을 속이는 행위』라고 한국마크로 측을 강력히 비난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등 국내업계 관계자들은 『한국마크로의 이같은 행위는 단순히 판촉을 위한 돌출적인 행동이라기보다는 다른 목적을 지닌 고도의 전술일 가능성이 짙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마크로가 이번에 국내 가전사들과 마찰을 일으키면서 「소비자들을 위해 싼가격에 국산 가전제품을 시판하려 하나 국내 제조업체들이 공급을 거절하기 때문에 어쩔 수없이 더욱 값싼 수입가전제품을 판매할 수밖에 없다」는 명분을 구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내년 6월이면 국내시장도 수입선다변화가 모두 해제될 예정이어서 세계 어디에서든 자사에 유리한 가격에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월마트로서는 국내 제조업체와의 마찰이 불리할 게 없는 실정이어서 이같은 분석이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가전 3사는 이에 따라 한국마크로의 앞으로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 유통시장 개방의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유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