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전산업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가전업계는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그나마 산업기반을 지탱해 주던 수출마저 급속히 감소함으로써 최근에는 신제품 개발을 중단 또는 보류하거나 생산라인 가동을 대폭 줄이는 등 위기극복을 위한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내수시장의 경우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위축이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월마트 등 대형 유통점들의 할인공세가 일선 대리점들의 매출감소로 이어져 유통체계마저 붕괴위기에 직면,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업계에서는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40% 정도 감소했으나 8월 이후에는 60% 이상 급감, 예년에 비해 턱없이 낮은 생산가동률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히고 있다.
수출 또한 연간 5억 달러 이상 실적을 올린 러시아의 경우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이 지역에 대한 수출이 거의 중단된 상태인 데다 가전업계가 틈새시장으로 주목했던 중국·중동·중남미 등도 경기악화로 시장이 급속히 위축되면서 수출드라이브전략에 차질을 빚고 있다.
여기에 올 초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가 하락하면서 대부분의 업체들이 수출단가를 인하했지만 환율이 안정세로 돌아선 현재에도 종전가격으로 수출할 수밖에 없어 수출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가전업계는 『수출단가는 제조원가의 1백20% 정도가 적정하지만 현재의 수출가격은 거의 제조원가 수준이기 때문에 수출확대보다는 오히려 축소시켜야 할 형편인데도 생산라인을 가동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주문마저 끊긴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 등 대기업들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의 생산을 크게 축소하거나 감산에 들어갔으며 신제품 및 차세대제품의 개발을 전면 중단 또는 보류하고 있다.
또한 상반기에 수주했던 물량으로 일부 생산라인을 가동했던 오디오업체들은 8월 이후 수주가 끊기면서 생산 자체를 완전 중단시켜야 하는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내수 및 수출환경이 최악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당분간 시장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데 있다』며, 『현재의 상황에서 엔저현상이 계속되고 중국의 위안화까지 평가절하될 경우 국내 가전산업 기반의 붕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마저 예상된다』는 비관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양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