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최근 (주)대우가 협력사인 우일영상과 세음미디어를 통해 봇물처럼 프로테이프를 쏟아부으면서도 판권시장에는 얼굴조차 내보이지 않는 데 따른 업계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이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대우의 보유판권은 내년 3월을 넘기지 못하고 바닥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대우가 영상사업에 대한 일대재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우가 지난 6월을 기점으로 프로테이프 판매시장에 선보인 작품은 약 1백여편 정도. 매월 약 20여편을 시장에 쏟아부은 셈이다. 평균 4∼5편에 불과한 경쟁사들의 출시편수를 고려하면 가히 엄청난 물량이다. 시장선점을 위한 물량공세도 아니다. 프로테이프시장의 생리를 고려하면 다량의 출시작은 자승자박의 결과로 작용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같은 움직임이 전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대우의 하반기 출시스케줄을 살펴보면 9월부터 연말까지 약 1백여편의 비디오가 추가로 투입되는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반해 판권구매는 거의 한가롭기만 하다. 대우가 올들어 구매한 판권은 「찜」 「투캅스 3」 「토요일 오후 2시」 등 우리나라 영화비디오 3편정도. 판권을 거의 구매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뜻이 아니면 이처럼 재고를 염두에 두지 않은 채 「물량공세」를 펼 수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프로테이프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6개월∼1년치 정도의 출시작품을 확보해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우는 「정지작업」의 일환임에는 분명하나 「사업철수」는 「천만의 말씀」이라고 손을 젓고 있다. 한 관계자는 『상반기 이후 출시작을 늘린 것은 대작과 함께 물려온 패키지 상품을 정리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일 뿐이며 현재 대우의 보유판권은 약 2백여편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이같은 움직임은 내년부터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 「묵은 때」를 제거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가 판권시장에서 묵은 때를 제거하기 위해 「휴지기」에 들어간 것인지 아니면 사업철수를 위해 「얼굴을 감추고 있는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모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