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부터 국내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한글 윈도98이 국내 PC경기 침체 여파로 고전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컴퓨터업체들은 당초 한글 윈도98 출시를 계기로 PC경기 진작과 PC 업그레이드 수요 창출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지난 한달 동안 판매량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총판 3사인 소프트뱅크코리아·다우데이타시스템·인성정보유통이 초기 판매량을 예측, 마이크로소프트에 주문을 낸 물량은 3만카피 정도였다. 이 가운데 2만4천∼2만5천카피 가량이 전국 리셀러에 공급됐으며 지난달 11일 이후 현재까지 실제로 소비자에게 판매된 한글 윈도98은 1만3천∼1만4천카피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추세라면 한달 정도되는 이번주까지 최고 1만5천∼1만6천카피가 판매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과거 한글 윈도95가 출시된 지 한달만에 3만카피 가량을 판매한 것에 비하면 절반밖에 되지 않는 수준이다.
이처럼 한글 윈도98의 판매가 저조한 것은 IMF 이후 개인과 기업사용자들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제품구입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한글 윈도98 출시 직후 PC 핵심부품인 중앙처리장치(CPU)·메모리 가격이 20% 가량 급등하면서 운용체계(OS) 판매를 촉진할 수 있는 PC판매율이 크게 줄어든 것도 한글 윈도98 보급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글 윈도95가 발표된 95년 말에는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총판사와 리셀러들이 밀어내기와 사재기 같은 편법을 동원하기도 했으나 이번 한글 윈도98부터는 시장 판매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정책과 이들 회사의 노력에 힘입어 과당경쟁이 사라지면서 거품이 빠졌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측은 한글 윈도98의 판매가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하자 최근 대책회의를 갖고 정품 사용캠페인과 보강된 기능에 대한 홍보를 한층 강화하기로 하는 등 다양한 판매촉진안을 이른 시일내에 확정하기로 했다.
총판업체의 한 관계자는 『PC경기가 최악의 상황인데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IMF 이후 소프트웨어 구입비를 삭감해 기업대상 판매량이 크게 줄었고 소프트웨어 유통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과당경쟁을 자제해야 하는 등 판매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다음달부터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중견 PC제조업체들의 라이선스 시장을 적극 공략해 대단위 수요를 개척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