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줄일 수 있는 것은 모두 줄여라.」
국내 방송장비업체들이 IMF 한파 이후 크게 줄어든 매출을 보전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경비절감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업체간 공동 사무실을 운영하거나 아예 사무실 없이 회사를 운영하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비경쟁 업종끼리 사무실을 공동 운영하는 것은 IMF사태 이후 적지 않게 눈에 띄는 새로운 변화의 하나다. 올 초 방송장비업체인 Y사와 S사는 「한지붕 두가족」을 선언했다. 각기 사업분야가 달라 경쟁관계에 있지 않은데다 양사 대표가 잘 아는 사이라 사무실을 합치기로 하고 S사가 Y사로 이사를 갔다.
Y사 대표인 K씨(38)는 『공간이 좁아졌다는 불편한 점은 있으나 평소 잘 알지 못했던 다른 분야의 기술을 접할 수 있는 등 경비절감효과 외에 또다른 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라며 지난 6개월간의 사무실 공동 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양사는 이에 따라 앞으로 영상관련 멀티미디어 솔루션을 공동으로 개발키로 하고 양측의 기술자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최근 결성했다. 「시너지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아예 사무실이 없는 이른바 「사이버 업체」도 늘고 있는 추세다. 방송장비업체인 B사의 경우 최근 5명의 직원을 전원 해고했으나 외국업체와 맺은 국내 대리점 계약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힘들게 따낸 국내 대리점 계약을 취소할 경우 다시 경기가 좋아질 때 재계약이 어려울 것을 감안, 영업은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연락은 주로 핸드폰 등을 이용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인한 업체들의 자구책으로 이같은 사례가 잦아지고 있으며, 당분간 경기가 회복될 기미가 없어 업체들의 경비 줄이기 움직임이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위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