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캐드소프트웨어(SW)공급업체들은 국내 5대 그룹의 사업구조조정(빅딜) 발표로 반도체·항공·조선 등의 분야에서 기존 경쟁체계가 무너지고 시장판도가 급변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제품구매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캐드SW공급업체들은 국내 기업들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여파로 당초 올상반기로 계획했던 캐드SW 구매를 하반기로 연기함에 따라 극심한 매출부진에 시달렸는데 이번 빅딜로 인해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경우 한동안 설비투자계획을 보류할 것으로 예상되자 매출감소를 걱정하고 있는 것.
현재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에 따른 하반기 수요예측이 가장 어려운 분야는 기계용 캐드(MCAD)시장.MCAD의 주요 고객인 자동차·항공·조선관련 기업체들은 빅딜의 폭풍에 말려들어 설비투자에 신경쓸 겨를이 없는 상태다. 특히 자동차업계의 경우 기아자동차 입찰에 참가한 현대·대우·삼성·포드 등이 기아자동차의 향배에 따라 사업을 재조정할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MCAD에 대한 투자는 힘들 것으로 업계관계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또 항공분야에서는 삼성항공·대우중공업·현대우주항공 등 항공3사가 단일법인을 설립하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끝냈으며 선박용 엔진을 제조하는 조선분야에서는 삼성중공업이 사업부문을 한국중공업으로 이관하면서 현대중공업·한국중공업 등 양사체제로 시장이 분할돼 향후 업체수 감소로 시장수요가 격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항공업체들에 MCAD SW인 「카티아」를 공급하고 있는 한국IBM의 한 관계자는 『올하반기까지는 항공업체들이 이미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어 올해 매출목표를 확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지만 내년에는 제품수요가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에 대한 대책으로 디지털 모크업(Mock-up)용 SW사업을 강화해 신규수요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제조업체들에게 캐드SW를 공급하고 있는 전자회로설계(EDA)용 SW공급업체들도 현대와 LG의 빅딜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그동안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첨단 설계기법을 경쟁적으로 도입했던 현대와 LG가 단일법인으로 출범할 경우 EDA용 캐드SW의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현대와 LG의 합병 결정 당시 양사 모두 엄청난 규모의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에 대한 부담이 반감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이들 업체의 EDA용 캐드SW 구매는 내년부터나 본격화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러나 EDA용 캐드SW공급업체들은 제품수요가 줄어드는 대신 양사의 회로설계관련 데이터 표준화작업 등 새로운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있다. 완전히 다른 장비와 공정을 사용하는 양사의 생산라인과 SW를 통합해 표준화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캐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빅딜이 중복되는 사업을 통합하자는 취지에서 추진된 것이어서 전체적으로 캐드SW의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올하반기 사업계획을 재수립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