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방송법 제정 지연과 방송정책 혼선에 대한 케이블TV업계의 불만이 높다.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통합방송법 논의가 시작된 지 이미 3년이 지났고, 이와 관련해 정당이나 정부기관, 각종 단체들과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국(SO)이나 프로그램공급사(PP)를 비롯한 이해 당사자들이 올 들어 개최한 토론회나 세미나만도 부지기수다. 그러나 정작 논의가 좁혀지지는 않고 있다. 각 사업자나 이익단체간의 이해다툼은 차치하더라도 정부 부처들이 방송정책에 관한 한 여전히 제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정치권 역시 각 당의 주장이 엇갈리고 심지어는 한 정당에서조차 다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게 한다.
지난달 6일 정보통신부는 케이블TV의 역무규제 완전 철폐와 중계유선방송의 채널수 확대를 골자로 하는 유선방송관리법의 개정을 추진하고, 중계유선이 PP의 프로그램을 공급받아 송출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SO를 위해서도 무선망 구축 허용을 적극 검토하고 관계부처와 케이블TV의 채널티어링제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게 요지였다.
이에 대해 문화관광부는 그 다음날인 7일 정통부와 종합유선방송위원회 등 유관기관이 주장하고 있는 중계유선의 PP 프로그램 송출 및 단일구역내 복수(M)SO 허용 방침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SO와 중계유선간 관계를 악화시킴은 물론 케이블TV망과 별도로 중계유선의 추가투자를 조장, 결과적으로 국가자원의 낭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한전의 전신주 이용문제 또한 마찬가지다. 정통부가 현행 정보화촉진기본법을 개정, 초고속망사업자를 비롯한 기간통신사업자는 물론 중계유선사업자나 SO들이 전신주를 포함한 송배전 시설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공동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으나 한전의 주관부처인 산업자원부는 송배전시설의 안전성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서도 최근 정부와 여당이 PP의 프로그램 공급분야 조정, 전채널 의무전송 규제 폐지, 복수PP 적극 권장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케이블TV 회생지원계획을 마련, 본격 시행키로 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문화부는 이달 중순까지 PP들로부터 프로그램 공급분야 변경 신청서를 접수해 종합유선방송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내달 초순경 프로그램 공급분야를 재조정할 방침이다. 또한 SO들의 허가장에 부관사항으로 명시했던 「모든 채널 의무송신」 조항을 삭제, 사업자들이 자율적인 협의하에 채널구성과 이용요금을 결정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관련단체와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전담반을 구성, 이달 안에 채널티어링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향후 프로그램 공급분야 조정, 3분할 사업자간 수신료 배분율 조정, 보급형 채널 및 채널티어링 제도의 도입확산, 비인기 채널의 도태, 수신료 인하, M&A 및 신규 자본의 유입 등 케이블TV업계 전반에 대대적인 구조조정 바람이 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와 여당이 외국자본의 PP지분 참여를 33%까지 허용키로 함에 따라 외국 및 국내 대기업 자본의 수혈도 기대된다.
물론 정부가 내놓은 이 「응급처방」에 대해서도 채널티어링과 공급분야 조정이 거의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혼선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으며, 정부가 채널티어링 구성에 개입할 경우 자칫 업계의 자율성을 훼손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없지는 않다. 공급분야 조정작업이 끝난 후에 채널티어링 논의가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며 채널티어링 구성도 PP·NO와의 협의를 통해 채널 선택권을 갖고 있는 SO가 자율적으로 결정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록 약간의 문제점이 있더라도 이번 조치와 같은 「행동」이 계속 나와줬으면 하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바람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안은 나올 수 없을 뿐더러 기다리기에도 너무 지쳤기 때문이다.
『지난 95년 12월 통과될 예정이었던 통합방송법이 아직까지 확정되지 못한 채 지루한 공방만 계속되고 있으며 국회 역시 이에 대해서는 「직무유기」하고 있다』는 한 케이블TV 대표의 말을 각 당 및 관련부처 관계자들이 새겨들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