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선 웅진코웨이개발 대표
우리 사회는 자기 소유가 아닌 남의 물건을 빌려쓰는 데 어색해 하고 직접 소유하려는 성향이 남달리 강하다. 그러다 보니 자기 물건에 대한 애착은 강하면서도 공공재 등 우리 모두의 자산에 대해서는 인색하기 그지없다.
우리는 주위에서 많은 재원을 투자해 지은 지 얼마 안되는 공공시설물이 곧잘 파손되거나 작동하지 않아 방치되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것은 자기 것이 아닌 것에 대해서는 극도로 소홀할 뿐만 아니라 렌털문화에 대한 인식부족에서 기인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21세기를 눈앞에 둔 첨단 정보지식산업사회로 진입하면서 이제 우리는 재화의 과잉공급시대를 맞아 렌털의 중요성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즉 재화의 희소성보다는 그 재화의 사용가치에 따라 비용이 책정되는 실제가치가 더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정보를 소유한다고 가치가 창출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우리는 아직은 서툴고 어색하지만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경제활동을 위해 이제 새로운 렌털문화를 가꾸어야 한다.
이미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렌털문화가 대중화돼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고 있다. 작게는 청소용 걸레에서부터 기계·사무용품·장난감에 이르기까지 렌트되지 않는 제품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들어 렌털문화가 점차 확산돼 가고 있다. 물론 IMF라는 경제적인 위기상황이 큰 몫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국가경제적인 실익 측면에서도 렌털문화의 확대가 절실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의 의식전환도 중요하지만 렌털문화를 선도하는 업체들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제 단순히 물건을 빌려주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실제 구매하는 것 이상으로 사후관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렌털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다양한 이점들이 있다.
첫째, 소비자들로서는 무엇보다도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목돈을 투자해 구입했을 때의 기회비용을 계산하면 쉽게 알 수 있다.
둘째, 제품의 관리가 용이하다.
즉 렌트된 제품은 제조업체에서 완벽하게 무상으로 관리해주기 때문에 파손되거나 AS가 발생할 경우 즉각 보완책을 찾을 수 있다.
셋째, 기업의 입장에서는 대량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 즉 구매력에 관계없이 다수의 고객을 확보함으로써 기업활동이 활성화된다.
넷째, 국가적으로는 자원의 효율적인 재활용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한정된 자원을 가진 국가일수록 렌털서비스가 더욱 빛을 발한다. 또한 후세들의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렌털문화는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같이 렌털서비스는 경제의 3대 주체인 가정·기업·국가 모두에게 이익을 창출해주는 새로운 경제제도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확대 실시되고 있는 정수기·레저용품·어린이용품 등의 렌털서비스는 우리 렌털문화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최대의 국가위기인 IMF상황을 극복하는 지혜로서, 소유가치에서 사용가치로 전환됨으로써 획득할 수 있는 국익 차원에서라도 이제 우리는 신렌털문화를 창조하고 가꾸어 나가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