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위기 영상회의시스템 키트, 미국 가정서 "부활의 노래"

 기업의 수요확산에 실패했던 영상회의시스템 키트(장비)가 미국 가정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다.

 당초 기업시장을 겨냥해 원격회의와 비용절감의 일등공신으로 기치를 드높였던 영상회의시스템은 그러나 전문가들의 기대수준에 못미치는 성능, 네트워크 기반 등의 미비로 현재 제한적인 범위에서만 이용되고 있는 실정.

 그런데 이 영상회의 키트가 미국 가정의 비디오 온라인 채팅이나 영상메일의 핵심도구로 기능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같은 가정수요에 힘입어 올해 영상회의시스템 출하는 지난해의 3배인 1백만대를 기록하는 데 이어 오는 2002년엔 무려 이의 12배인 1천2백만대에 이를 것으로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인포트렌드는 내다봤다.

 즉 지금까지는 시장형성이 미미했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가정용 시장이 본격적인 이륙기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일례로 미국 멀티미디어업체 크리에이티브 랩스는 자사의 99달러짜리 가정용 영상회의 키트인 「비디오 블라스터 웹 캠Ⅱ」 판매가 연간 2백50%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비수기인 여름철에도 수요가 꾸준히 느는 추세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가정에서 되살아나고 있는 영상회의시스템의 인기비결은 무엇일까.

 이는 다름아닌 「구전효과」 때문. 즉 회사의 비디오 채팅실에서 일단 한번 이 키트를 사용해본 사람들은 여기에 흥미를 느껴 집에서도 PC에 영상회의 키트를 갖추게 되며, 영상메일이나 디지털사진을 추가한 일반 E메일을 주고 받기 위해 자연히 다른 사람에게 이의 이용을 권유하게 된다는 얘기다.

 그리고 기업에서는 대개 영상회의시스템 운용과 관련, 구체적인 기능에 대한 전문가들의 까다로운 요구사항이 많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제품의 전문적인 기능보다는 단지 새로운 것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재미를 느끼기 때문에 단순기능의 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나오는 영상회의 제품은 스탠드 얼론보다는 PC의 번들 형태가 주류를 이루는 추세이며 가격도 1백∼2백달러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이와 함께 영상회의 키트가 유니버설 시리얼 버스(USB)규격을 지원하면서 사용이 더욱 간편해진 것도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다.

 그러나 이 경우 프레임 처리속도가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스리콤이나 소니·파나소닉·코닥·도시바·크리에이티브 랩스·코넥틱스 등 영상회의 키트업체들은 가정용 수요를 겨냥해 복잡한 기능보다는 소비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제품 출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통 영상회의 키트는 저해상도 디지털카메라와 PCI 기반 비디오캡처, 압축카드, 그리고 관련 소프트웨어로 구성된다. 카메라의 비디오 처리기능은 초당 8에서 최고 25프레임 정도로 비디오 채팅이나 영상메일 등이 중요한 기능이다.

 소니는 당초 자사 1백99달러짜리 「펀메일」 패키지를 영상회의용 제품으로 판매했으나 예상밖의 부진을 보이자 이를 영상메일 제품으로 다시 내놓아 호응을 얻고 있다. 소니는 여기에 힘입어 가을께 비디오 채팅 소프트웨어를 내장한 펀메일 새 버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영상회의 키트는 영상메일 외에 라이브 웹방송에도 이용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크리에이티브는 자사 제품이 시간을 설정해 이미지를 기록한 후 이를 직접 인터넷으로 보내는 기능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집에서도 손수 「트루먼 쇼」나 「제니캠」 같은 쇼를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회사의 주장이다.

<구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