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시어터(가족극장)시스템의 핵심기기인 AV리시버앰프가 내수 및 수출부진으로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는 국내 오디오 업계의 구세주로 떠오르고 있다.
올들어 주요 수출지역의 경기침체와 일본업체들의 가격인하경쟁으로 인해 오디오 수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서도 AV리시버앰프만큼은 나름대로 호조를 보이면서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AV리시버앰프란 통합앰프와 라디오 수신용 튜너를 결합한 제품으로 이를 TV·VCR 등 영상기기에 연결하면 집에서도 극장에서와 같은 입체음향을 즐길 수 있으며 CD플레이어에 연결하면 하이파이급 오디오시스템을 갖출 수 있는 다용도 AV기기다.
마니아들을 제외하곤 일반 소비자들에겐 아직 낯설은 리시버앰프가 지금처럼 수출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제몫 이상을 해내고 있는 것은 타 오디오 제품과는 달리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국산제품이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최대 리시버앰프 수출업체인 해태전자는 세계 최초로 돌비디지털에 버금가는 디지털 시어터 시스템(DTS)방식의 리시버앰프를 개발·수출하고 있는데 미국·유럽의 유명 AV전문지로부터 세계 1백대 신제품으로 선정되는 등 극찬을 받고 있다.
또 벤처기업인 탑텍도 세계 최초로 3CD체인저가 내장된 리시버앰프를 개발한 것을 시작으로 미니디스크(MD)플레이어·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플레이어 등을 내장한 제품을 잇따라 개발, 프랑스 톰슨사의 합작을 이끌어내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약 1억3천만대 수요를 형성하고 있는 세계 오디오 시장에서 국내 오디오 업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미미한 수준인 데 반해 연간 5백만대 규모에 이르는 리시버앰프 수요의 20∼30%를 국내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게 그 증거다.
해태전자는 퇴출선정으로 다소 위축된 수출을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 하반기들어 수출효자 모델인 「R-945」와 「R-925」의 성능을 향상시킨 신모델과 DTS방식의 프리앰프와 파워앰프를 비롯해 총 10여종의 리시버앰프를 전면에 내세워 해외 바이어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한때 발길을 돌렸던 데논·소니·하먼카든 등 기존 바이어들이 다시 주문을 하기 시작했으며 야마하 등 신규 바이어들까지 해태전자를 찾아오고 있다.
태광산업도 올들어 수출확대를 위해 돌비디지털(AC3)방식의 리시버앰프를 개발하고 원가절감노력을 통해 경쟁력을 높인 데 힘입어 세계 최대 바이어인 하먼카든을 잡는 데 성공, 올 연말부터는 매달 5백만달러 이상의 수출실적을 거둘 수 있게 됐다.
아남전자도 돌비 프로로직에 이어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AC3방식의 신모델을 투입, 수출이 증가추세를 보이는 한편 전체 수출액의 절반 이상을 리시버앰프가 차지하고 있다.
특히 벤처기업인 탑텍의 경우 톰슨과 합작으로 연간 1백만대 수준의 물량을 확보한 것을 발판으로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등 세계 최대 리시버 전문업체가 된다는 태세다.
이처럼 리시버앰프가 수출효자품목으로 부상함에 따라 그동안 이를 외면해왔던 삼성전자도 수출확대를 위해 최근 돌비디지털방식을 비롯한 여러가지 방식의 리시버앰프를 개발, 하반기부터 수출시장에 전격 투입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침체의 늪에 빠진 오디오산업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길은 수출증대와 기술개발뿐인데 국내업체들이 세계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유일한 품목이 바로 리시버앰프』라며 리시버앰프를 틈새 전략상품으로 집중 육성해야 함을 강조했다.
<김종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