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교육정보화] 전산화분야.. 교무행정전산화

 현재 추진중인 교육정보화 사업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분야가 교무행정전산화다.

 이는 교무행정전산화가 교육정보화 실현의 실질적 첫걸음인 데다 이를 얼마나 잘 구축하느냐에 따라 교육정보화의 성패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층건물의 철조물과 같은 것이다.

 정부는 이 교무행정전산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에 앞서 지난 96년 전남교육청 및 부산교육청과 역내 18개 초·중·고교를 한데 묶어 테스트 개념의 구축사업을 추진했으며 지난해에는 1백50개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전개했다. 또 단독형(Stand-alone)시스템으로 진행돼왔던 학생종합생활기록부 전산화를 전반적인 교사업무의 전산화까지 포함시켜 클라이언트/서버(C/S) 기반의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STIMS) 개념으로 확대했다.

 즉 교무행정전산화 사업은 일선교사들이 맡고 있는 학생 성적관리·학적관리·생활지도 등 많은 교사업무를 전산화하는 것으로 교육전산망과 연동돼 초·중·고교의 학사행정에 대한 효율성을 높이고 교육정보화의 틀을 형성하는 것이다.

 최근 교육부가 확정한 올해 교무행정전산화 추진계획을 보면 중학교 2천7백20개교, 고등학교 1천7백42개교 등 모두 4천4백62개 중·고교를 대상으로 학교당 1천7백만원(국고 4백만원)의 예산을 집행한다는 게 골자다. 초등학교에 대한 교무행정전산화는 내년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따라서 이를 단순 계산하면 올해 교무행정전산화 구축에 7백58억여원의 국고 및 지방비를 투입하게 된다. 그러나 정부의 계획대로 올 연말까지 교무행정지원시스템을 구축하는 중·고교가 4천4백여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교육부조차 시스템 구축 대상학교의 80% 정도인 3천여개 학교에서만 올해 교무행정지원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왜냐하면 정부의 예산, 특히 지방예산 중 학교전산화 부문에 할애할 만한 여유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한파가 세수 격감으로 이어지면서 일부 시·도교육청은 선생님 월급 주는 것을 고민해야 할 판이어서 전산투자는 엄두를 못 내는 실정이다. 또 예산을 확보해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교육청들도 최소의 투자비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겠다는 경제논리에 집착, 자칫 부실화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일례로 지난 5일 업체들로부터 제안서를 접수해 기술심사중인 광주시교육청 교육종합정보망(KETISNET) 구축사업의 경우 올해 교무행정전산화를 포함해 1백1억여원을 투입할 예정인데, 프로젝트 내용과 비교할 때 턱없이 모자란다.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이 지난달 중순 이 프로젝트에 대한 광주시교육청의 제안설명을 들은 후 갖가지 아이디어를 총동원하면서도 골머리를 앓게 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태부족한 돈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일부 업체는 아예 컨소시엄 구성 자체를 포기하기까지 했는데, 광주시교육청의 올해 프로젝트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최소 1백50억원 정도가 소요된다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제안서를 제출한 것은 광주시교육청에 뒤이어 등장할 다른 시·도교육청의 교육정보화 사업권 획득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앞으로 교육정보화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선 불가피하다는 강박관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기업의 구조조정 추진 등으로 민간 전산프로젝트 수요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음으로써 이만한 프로젝트를 구경하기 힘든 요즘의 상황도 크게 작용했다.

 또 이번 광주시교육청의 교육종합정보망 구축사업 추진은 이처럼 제안심사를 거쳐 적격업체를 선정한 후 최저가 낙찰방식으로 수행업체를 최종 결정할 예정인데, 이와 관련해 업계에선 낙찰가격이 90억원 안팎에서 결정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곧 산술적으로 볼 때 정상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드는 비용에 비해 약 60억원 정도 차이가 난다는 얘기다. 이윤추구가 기본 생리인 기업에 60억원을 희생하면서 교육종합정보망을 구축하라고 주문하는 형국이다.

 교무행정전산화를 위해 사용하는 장비가 특정 제품으로 한정돼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교육부는 교무행정전산화를 추진하기에 앞서 이 시스템에 적용할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한국전산원에 맡기고 이를 용역받은 한국정보공학이 「교무업무지원시스템」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컴퓨터통신의 「유니SQL」이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으로 선정됐다.

 그리고 끊임없는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하드웨어 플랫폼은 「유니SQL」 DB를 포팅하고 「교무업무지원시스템」 애플리케이션을 적용한 유닉스 서버로 결정함으로써 현재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한국HP·한국IBM·한국후지쯔 등 4개사만이 장비를 공급할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들어 달라진 것이 있다면 교육부가 각 시·도교육청에 교무행정전산화 구축시 가능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네트워크 등을 일괄적으로 설치할 수 있는 시스템통합(SI)업체에 한꺼번에 위탁하도록 권고키로 해 주사업자가 이들 서버 공급업체가 아니라 SI업체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이는 교무행정전산화를 학교전산화 등과 연계한 통합 솔루션으로 구축할 경우 전체적으로 30% 정도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SI업체들의 주장과 일치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상업체에 포함되지 못한 윈도NT서버업체들과 다른 DB업체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윈도NT서버업체들은 민수시장에서 윈도NT서버가 유닉스서버를 활발히 대체해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선학교의 전산화에 윈도NT서버의 채택이 늘고 있는데 굳이 윈도NT서버에 비해 가격도 비싸고 사용하기 어려운 유닉스 서버를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1백50개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시범설치해 교무행정지원시스템을 운영한 결과에 대해서도 판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와 유닉스서버 진영에선 유닉스서버가 안정성과 성능을 입증받고 일선 교사들의 반응도 좋았다는 시각인데 반해 윈도NT서버를 중심으로 한 일부 업계에선 이 시스템이 최소 20명에서 40명 정도를 동시에 접속할 수 있어야 하는데 실제로 5명만 접속해도 다운되는 사례가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구조가 복잡하고 소프트웨어가 너무 무거워 교사들이 쉽게 사용하기가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교무행정전산을 직접 이용하는 일선 학교 교사와 시스템 구축업체, 그리고 정책당국의 컴퓨터 인용 및 활용 수준과 이해도가 상이한 데다 교사들 중 상당수가 컴퓨터로 인해 위기위식까지 느끼고 있는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