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체로 성공하려면 「뉴 아이디어(New Idea)」 「뉴 에이지(New Age)」 「뉴 비즈니스(New Business)」가 만나야 합니다. 대학생들의 창업이 활발해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죠. 중견기업에서 스핀 오프(Spin Off)된 신생업체나 기술력이 입증된 중소업체를 지원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를 지닌 석박사들에게 보다 많은 창업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게 제 소신입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기술창업지원단장 김호기 교수(54·재료공학과)는 대학가에 창업붐이 조성돼야만 벤처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신기술창업지원단은 KAIST가 지난 94년 과학기술원생들을 위해 캠퍼스 내에 설립한 TIC/TBI(기술혁신센터/첨단기술창업보육센터)를 지난해 확대 개편시킨 하이테크 벤처들의 요람. 현재 과학기술용 SW 전문업체인 인터시스, DB개발업체인 다림시스템 등 모두 31개 신생업체가 둥지를 틀고 있다. 입주업체들은 대개 창업을 준비하는 과기원 학생이나 막 회사 문을 연 신생업체, 그리고 충청권의 벤처업체다.
이곳이 타 지역의 벤처보육시설과 다른 점은 KAIST 교수들의 기술지도와 함께 첨단 실습장비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월 임대료도 평당 2만원으로 저렴해 막 창업한 신생업체나 규모가 영세한 정보통신 벤처업체간에 입주경쟁이 치열하다. 『KAIST는 물론 정부출연연구소 프로젝트도 대부분 결과발표(Publication)나 특허출원(Patent) 단계에서 사장되고 있습니다. 뛰어난 아이디어와 기술이 상품화로 이어지지 못한 채 그냥 버려지는 거죠.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과학기술부에서 TIC/TBI를 확대 개편한 것입니다.』
김 교수는 신기술창업지원단 설립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실리콘밸리에 대규모 인더스트리얼 파크가 조성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스탠퍼드대학의 터먼 교수처럼 김 교수도 KAIST 신기술창업지원단이 충청권 벤처산업의 메카로 떠오를 수 있도록 산파역을 맡았던 인물. 지난 96년엔 한국전자공업진흥회에서 수여하는 한국산업진흥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등 그동안 벤처산업 육성에 공헌이 큰 교수로 알려져 있다. 그는 또한 KAIST 내에서는 학생들에게 창업을 독려하는 선생님으로도 명성이 높다.
『벤처기업의 무기는 슘페터가 말했듯 「창조적 파괴를 신봉하는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라고 봅니다. 기업가 정신이란 곧 창의력과 도전정신의 산물이죠. 실패할 위험이 큰 첨단기술 개발에 뛰어들어 난관을 헤쳐 나가려면 기업가 정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김 교수는 젊은이들이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해야 벤처산업이 진정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한편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국민적인 벤처 마인드부터 확산시켜야 한다고 덧붙인다. 현재 아시아와 중남미 국가들은 IMF체제 하의 산업·경제구조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고용창출을 위한 수단으로 벤처산업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이 80년대 불황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 역시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벤처산업의 저력에서 비롯됐다.
우리도 산업경쟁력 회복의 기폭제로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길밖에는 없다. 이러한 마인드가 폭넓은 공감을 얻고 나면 그때 가서 금융·세제·법률 등 기술개발 인프라를 하나씩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김 교수는 강조한다. 『요즘 벤처라는 말이 난무하지만 정말 자금이 필요한 곳으로 돈이 흘러가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정보선진국에 비해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이 수적으로 부족한데다 자금지원을 결정할 만한 노하우와 자질이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지요.』
이와 관련, 김 교수는 해외 자본을 들여오듯 미국과 일본의 투자전문가를 과감하게 유치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다.
『요즘 연구원 구조조정 등으로 인한 창업문의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KAIST 신기술창업지원단의 공간이 부족해 많은 업체들을 입주시키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죠. 당분간 외부의 건물을 임대해줄 생각입니다. 앞으로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HTC(High Tech Complex : 첨단기술사업화센터) 건립을 추진해야죠.』
김 교수는 앞으로 2000년까지 2백개 벤처업체를 입주시켜 창업지원단을 국내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 벤처단지로 성장시키는 것이 꿈이다.
<이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