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첫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지난 4일 북한관영 중앙통신의 짤막한 이 발표는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며 「북한 미사일 미스터리」를 낳았다.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난달 31일 일본 영공을 지나 태평양에 떨어진 비행물체는 한국·일본·미국을 대경실색케 한 「대포동 1호」 미사일이 아니라 인공위성의 추진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의 핵심적인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미사일과 인공위성이 어떤 차이가 있고 로켓은 또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로켓이란 제트 엔진처럼 연료를 폭발시켜 추진력을 얻는 장치를 말한다. 제트 여객기는 승객이 차지하는 공간이 넓은 반면 제트 엔진이 차지하는 공간은 좁다. 그러나 로켓에서는 힘을 내는 엔진부분의 공간이 90% 정도를 차지하는 반면 사람이나 화물을 싣는 면적은 10%밖에 되지 않는다. 이 10% 공간에 핵이나 폭탄을 탑재하면 미사일이고 위성체를 탑재하면 인공위성 탑재 로켓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주장하는 인공위성 발사는 만약 그것이 「거짓」 또는 「과대 포장된」 것으로 판명된다고 해도 북한이 위성체와 발사체를 대기권밖으로 쏘아올릴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했음을 입증한다는 점에서 국내 과학기술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95년 8월과 96년 1월에 국책사업의 일환으로 통신·방송용 인공위성인 무궁화 1, 2호를 우주공간에 띄워올렸으나 발사체의 제작과 발사기술은 모두 미국업체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는 언제쯤 자력으로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있을까. 우리 정부는 지난 95년 국가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오는 2005년까지 인공위성을 쏘아올릴 수 있는 3단형 과학 로켓을 개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2001년까지 지상 2백㎞까지 솟아오를 수 있는 기본형 로켓(KSR-Ⅲ)을 만든 뒤, 이를 3단형 응용로켓으로 개량하고(2003년), 여기에 미니 4단 추진체를 붙여 2005년까지 무게 50㎏급의 저궤도 위성을 우리 손으로 쏘아올린다는 계획이다. 기본형 로켓은 높이 9m, 지름 1m의 1단형 로켓으로 약 2백50초 동안 우주공간에서 무중력상태를 유지하며, 오존·이온층 측정, 태양관측과 신의약품 합성 등의 과학실험을 수행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연구책임자인 항공우주연구소 채연석 박사는 『2005년의 위성발사 로켓은 1단형 기본 로켓 4개를 1단 로켓으로, 2개를 2단으로, 1개를 3단으로 조합해 만든다』며 『이 로켓에 지난 92년 발사된 우리별1호 수준의 국산 위성을 실어 우주로 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항공우주연구소는 또 위성체 기술 분야에서도 오는 99년 8월 발사를 목표로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1호」를 개발하고 있다. 아리랑 1호는 지구 상공 6백85㎞의 궤도에 쏘아올려져 하루에 지구를 14바퀴 돌면서 전자광학 카메라로 기상과 지형 관측, 해양오염조사 등 과학탐사에 나서게 된다.
지금까지 우리가 쏘아올린 위성은 모두 4기.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우리별1, 2호(저궤도)와 통신용인 한국통신의 무궁화1, 2호(정지궤도-3만6천㎞)가 한반도 상공을 돌고 있다. 내년에도 우리별 3호가 인도 로켓에, 무궁화 3호는 유럽의 아리안 로켓에 실려 하늘에 올려질 예정이다.
한편 인공위성의 역사는 지난 57년 러시아가 발사한 스푸트니크1호를 시발로 시작됐으며 지금까지 우주공간에 발사된 위성 수는 약 4천5백개에 달한다. 인공위성은 또 그 이용목적에 따라 과학위성, 탐사위성, 지구관측(첩보) 위성, 방송통신 위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최근 미국·러시아·유럽 각국 등 우주산업 선진국들간에는 지구만 회전하는 인공위성에 만족하지 않고 달을 회전하는 인공위성, 화성 또는 금성을 회전하는 인공위성도 개발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태양을 회전하는 인공위성, 즉 우주선 개발경쟁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서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