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공인교육센터(Authorized Technical Education Center)의 교재 가격에 대해 많은 수강생들이 불만을 표시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거의 동일한 내용의 교재를 ATEC에서 구입하는 것이 대학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2배 이상 비싸 ATEC 수강생들 사이에서 교재가격의 타당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ATEC는 MS제품군에 대해 교육하는 교육기관. 윈도NT를 필두로 세계 시장에서 MS 제품군의 지배력이 확대일로에 있어 ATEC는 첨단 컴퓨팅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필수적으로 거쳐야할 교육기관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의 IMF사태에도 불구하고 MS공인 자격증인 MCSE와 MCSD 등이 회사에서의 취업 및 승진, 심지어 이민에서의 성공에 이르는 길로 여겨지면서 ATEC를 거쳐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일부 수강생들은 『ATEC 교재에 대해 로열티를 받고 있는 MS가 현재 상황을 전략적으로만 이용, ATEC 교재를 쓸 수밖에 없는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지나친 이윤을 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동일한 내용의 교재가 ATEC에서는 3만∼6만5천원씩에, 대학에서는 2만5천원에 판매되고 있다. 대학가에 팔린 교재의 경우 로열티가 붙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교재가격의 절반 이상이 MS의 로열티로 지불된다는 사실을 노출하는 셈. 가격도 만만치 않은데다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의 외환사정과 맞물려 사태는 애국심에 호소하는 형국으로까지 번졌다.
사실 ATEC 교재를 별도 구입할 경우 앞서 말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을 뿐 ATEC측에서는 정확한 교재가격을 밝히지 않고 있다. 교육비에 교재가격이 모두 포함돼 있다는 설명이다. MS측도 교재가격을 밝힌 바 없다. 다만 시장·고객 분석, 교육과정 개발, 교재 만드는 과정에 이르기까지의 노력을 감안한다면 절반 이상이 로열티로 추정되고 있는 정도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 3월 ATEC 교재의 국내 독점출판권을 갖고 있는 정문정보가 MS와 함께 대학생들에게 더 많은 교육 기회를 주고자 하는 의도에서 ATEC 교재를 대학가에서 저렴하게 판매키로 했다. 교재가 실습용이어서 보다 충실한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ATEC를 찾지 않을 수 없으리라는 ATEC의 합의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결과는 당초 MS, 정문정보, ATEC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이번 사태에 대해 ATEC나 정문정보측은 『이벤트 판매는 끝났다』고 밝히면서 수강생들의 불만은 『국내에 지적재산권에 대한 개념이 확립되지 않은 탓』이라고 강조한다. 교재는 인쇄비·인건비 같은 비용적 측면만 계산돼서는 안되고, 책에 투입된 지적인 노력들을 감안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부연설명이다.
틀린 주장은 아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에도 지적 재산권에 대한 중요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그렇다고 해서 MS가 ATEC 교재건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ATEC는 교재 반품을 받지 않는 MS의 정책을 지적한다.
MS는 ATEC 교육과정이 업그레이드될 경우 이전 교재의 반품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이미 로열티까지 지불된, 못쓰게 된 교재의 부담을 ATEC나 출판사가 그대로 떠맡게 되는 것이다. 이 점만큼은 MS의 횡포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수강생 수의 예측이 어긋나고, MS 프로그램이 업그레이드될 경우 교재들을 못쓰게 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미 로열티 계산 등 모든 과정이 끝난 다음이기 때문에 반품이 불가능하다는 해명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교재 반품 정도의 서비스는 MS로서 충분히 고려해줄 만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허의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