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3」 「ECTS」 「도쿄 게임쇼」에 이어 「밀리아(MILIA)」가 게임업계의 주목을 받는 제4의 국제적인 게임 판권 거래시장으로 떠오를 것인가.
지난 94년부터 매년 2월 프랑스 남부도시 칸에서 열리기 시작한 밀리아 행사에는 게임을 비롯해 교육용 CD롬타이틀, 공중파 및 케이블 TV 프로그램,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콘텐츠들이 출품돼 국가별로 판권이 거래되는 영상 엔터테인먼트 종합마켓으로 부상해왔다.
밀리아는 또 게임·온라인 사이트·인포테인먼트 등 부문별로 그해 최고의 인터액티브 미디어를 선정하는 「밀리아 도르상(MILIA d′Or Awards)」으로도 유명하다. 세계 각국 학생들이 개발한 콘텐츠와 국제 멀티미디어시장을 연결해주는 「뉴 탤런트 파빌리안(New Talent Pavillon)」도 밀리아에서 눈길끄는 행사 중 하나다.
이밖에 유럽의 소매상 및 배급업자들이 모여드는 「유러피안 리테일러스 클럽(European Retailors Club)」도 이 행사의 볼거리다. 「밀리아 98」의 경우 57개국 2천5백90개 회사에서 7천3백55명이 참가해 인터액티브 미디어를 사고파는 판권계약이 이뤄졌다.
그러나 밀리아는 너무 다양한 콘텐츠들이 한꺼번에 출품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국내 영상업계로부터 외면을 당해왔다.
「미뎀=음반마켓」 「MIP COM=TV 프로그램 마켓」식으로 확실하게 특화된 품목이 없어 국제전시회 리스트의 우선 순위에서도 밀려났던 것.
더구나 게임업계의 경우 E3·ECTS·도쿄 게임쇼 등 워낙 이름 있는 판권시장이 많아 게임업체가 그다지 밀리아에 관심을 가지지 않아 왔다. 밀리아 98에도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국제 게임 판권 딜러들을 제외하면 한국인의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밀리아를 주최하는 리드미뎀사가 내년 2월9일부터 12일까지 열릴 「밀리아 99」를 게임 위주의 전시회로 재편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함으로써 판도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리드미뎀사의 한국 에이전트인 S&G사는 오는 17일 서울 라마다르네상스 호텔에서 밀리아 99 설명회를 열기로 하는 등 본격적인 프로모션을 계획하고 있다.
이와 관련, S&G 김현정 사장은 『E3나 ECTS가 게임마니아들까지 몰려들어 북적거리는 전시회인 데 비해 밀리아는 실질적인 판권계약이 이뤄지는 전시회』라는 점을 강조한다.
즉 새로 나올 게임의 데모 버전이 공개되고 신기술이 소개되는 무대라기보다 전세계 인터액티브 미디어사업 종사자들이 모여 판권을 사고팔며 전략적 제휴를 맺는 상담창구 역할이 크다는 설명이다.
한편 게임업계에서는 밀리아 99 참가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E3나 ECTS에 참가해 실질적인 계약을 성사시킨 한국업체가 별로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제하면서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회의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그동안 가장 활발하게 국산게임을 수출해온 SKC사의 판권 담당자는 『유럽산 게임이 국내에서 호응이 별로 없는데다 미국의 메이저 업체 가운데 출품을 하지 않는 곳이 많고 참가비용도 E3나 ECTS보다 훨씬 비싼 것으로 안다』면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과연 국내 게임업계가 오는 11월 마감이 끝나는 밀리아 99 출품신청에 어느 정도 몰릴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