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에 출시됐던 「듄 2」는 기존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의 전략시뮬레이션이었다. 웨스트우드사가 「듄 2」의 리메이크 작품 「듄 2000」 제작계획을 발표했을 때 게이머들의 가슴이 설레였던 것은 당연한 일. 「커맨드 앤드 컨커 2」와 더불어 98년 웨스트우드사의 야심작 중 하나로 출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정작 제품이 소개된 현재 「듄 2000」은 찬사의 말보다 따가운 비판의 소리를 먼저 듣는 수모를 겪고 있다. 국내에는 이미 정품보다도 PC통신을 통한 립 버전이 먼저 유포되어 공급사인 동서게임채널을 당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실망스럽다는 가장 큰 이유는 「듄 2」와 「커맨드 앤드 컨커」에서 발전한 점이 없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게임 진행방식은 「듄 2」와 그다지 차이가 없다. 등장하는 건물이나 생산 유닛들도 「듄 2」와 같다. 인터페이스 부분은 「커맨드 앤드 컨커」와 같은데 「커맨드 앤드 컨커」에서 불편하게 느껴졌던 단점도 그대로 보인다. 즉 한번에 하나의 건물과 건물당 하나씩의 유닛밖에 생산하지 못한다거나 예약생산이 되지 않아 하나의 생산이 끝난 후 다시 또 하나를 생산해야만 하는 방식이 유지된 것이다. 핫키가 지원되지 않는다는 것도 불편한 점이다.
그룹지정이 된다는 점은 하나의 유닛을 일일이 지정해 명령을 내렸던 「듄 2」에 비해 개선된 점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룹으로 지정해 놓은 부대에 어떤 지역으로 가도록 명령하고 또 다른 그룹을 설정해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기존에 명령을 내렸던 그룹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래픽은 최근의 전략시뮬레이션에 비한다면 평범한 수준이다. 하지만 건물이 지어질 때 땅속에서 불쑥 솟아나와 건물이 생기는 장면은 꽤 멋있게 보인다. 게이머들의 가장 큰 불만은 유닛이 너무나 적다는 점인데 예를 들어 보병 종류의 유닛이 혼재되어 있는 가운데 원하는 유닛만 골라내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듄 2000」을 「스타크래프트」 등의 최신게임들과 비교하여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왜냐하면 웨스트우드는 「듄 2000」이 최근의 추세를 반영한 최신작이 아니라 「듄 2」의 리메이크작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러한 제작사의 의도를 고려해서 평가하는 것이 옳다고 보기 때문이다. 「듄 2000」은 어디까지나 「듄 2」의 분위기를 고수하고 있는 제품이며 「듄 2」를 다시금 플레이해보고자 하는 게이머들을 위한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듄 2000」은 재미있는 게임이다. 난이도도 그다지 높지 않아 복잡한 전략에 지친 게이머나 초보 게이머들도 부담스럽지 않게 즐길 수 있다. 특히 모래괴물 샌드웜이 「지지직」 소리를 내면서 불쑥 나타나 아군 유닛을 삼켜버릴 때의 놀라움과 안타까움, 하베스터가 적 보병을 깔아뭉갤 때의 으스러지는 소리는 여전히 통쾌함을 느끼게 하는 요소다. 엔지니어를 이용해 적의 건물을 점령, 적 유닛을 생산해내는 재미는 「스타크래프트」 등에서는 볼 수 없는 강점이다. 「듄 2000」은 「듄 2」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인 멀티플레이를 지원하는 데 매우 재미있어 가장 큰 장점으로 꼽을 만하다. 한편 제작사의 의도가 서비스제공의 측면이 강하다면 게이머들이 구매하기 쉽도록 국내에서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된다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품성:★★ 흥미도:★★★(제작사:웨스트우드/유통사:동서게임채널)
〈게임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