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북한이 발사한 대형 비행물체가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 로켓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주기술 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항공우주연구소·한국통신 등 관련기관 및 업계 관계자들은 『북한이 자체 개발한 3단 분리형 로켓을 통해 지구 저궤도에 소형위성을 쏘아올렸다는 사실은 우리나라보다 10여년 빠른 기술력을 보유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정부차원의 우주기술개발계획이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 항공우주기술 개발환경은 로켓 개발에 따른 발사장은 물론 소형항공기 시험비행 활주로조차 없는 실정이다. 항우연은 자체 개발한 2단 분리형 중형과학로켓 1호기를 자체 시험발사장이 없어 국방과학연구소의 시험장을 빌려 발사했으며 또 97년 7월 기상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발사를 하는 바람에 측정작업에 실패했다. 특히 올 상반기 발사예정이던 우리별 3호 역시 인도의 발사장 문제로 인해 차일피일 미루다가 내년으로 연기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핵심기술인 로켓, 발사체 관련 기술도 북한에 뒤처져 있다. 항우연은 지난 6월 고체연료를 이용한 2단계 중형과학로켓 2호기를 발사, 3백62초 동안 최대고도 1백38㎞에서 지구오존층, 이온층 전자밀도 측정을 하는 로켓발사시험을 마쳤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술력은 자체 개발한 발사체와 로켓을 이용해 인공위성을 최소 2백18.82㎞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킨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위성과 비교하면 지극히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인공위성을 쏘아올리기 위해서는 고도 2백㎞ 이상에서 수평방향으로 초속 8㎞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과기부가 오는 2003년까지 5백80억원을 투입해 개발할 예정인 총중량 8톤, 길이 11m, 추력 24톤 규모의 3단 분리형 로켓의 경우도 고도 2백㎞에서 수평방향으로 초속 3.4㎞ 이동하며 탑재물도 4백㎏밖에 싣지 못해 1톤에 이르는 중형인공위성을 저궤도에 쏘아올릴 수 없다.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발사장 건립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우리별 1, 2호와 무궁화위성 1, 2호 등 4개 위성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내년 4월 우리별 3호를 인도의 로켓으로, 7월에는 아리랑위성 1호를 미국 토러스 로켓으로, 8월에는 무궁화위성 3호를 유럽연합 아리안 로켓으로 발사할 예정이다. 이렇게 될 경우 내년 중반기에는 7개 위성을 보유하게 되지만 위성발사시험장이 없는 게 우리나라 우주기술의 현주소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북한이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위성은 우리가 개발한 우리별위성이나 아리랑위성보다 성능면에서 떨어지나 로켓과 발사체기술은 지난 6월 항우연에서 시험발사한 2단계 중형과학로켓보다 월등히 우세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로켓 전문가들은 오는 2003년까지 5백80억원을 들여 개발할 3단 분리형 로켓과 2010년까지 개발할 소형위성 발사기술 및 발사장 보유계획을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로켓개발에 필수적인 대형 1단 액체로켓 개발과 중형 2·3단 고체로켓, 발사체 기술을 동시에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3단 분리형 중형과학로켓의 경우 1년 연구개발 예산이 20억∼30억원에 불과해 대부분 로켓 설계작업과 연구원의 인건비 투자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국내 경기불황으로 인해 예산이 대폭 삭감될 처지에 놓여있다. 관계자들은 이같은 추세라면 2003년과 2005년으로 예정돼 있는 3단 분리형 중형과학로켓 개발과 50㎏급 위성을 쏘아올릴 수 있는 로켓개발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로켓개발 독소조항인 미사일개발규제조항(MTCR)으로 인해 매년 외국사찰단이 관련연구소를 직접 방문해 연구상황을 실사하는 상황에서 북한을 능가하는 로켓기술 확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대전=김상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