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불을 사용하는 법을 알아내면서 동물생활에서 벗어나 문명생활로 들어섰다. 인간은 최초의 에너지인 불을 찾아낸 이래 새로운 에너지를 찾아내려는 노력을 끝없이 계속했다. 지금까지 찾아낸 에너지는 태양열·석탄·석유·전기·가스·원자력의 순이다. 원자력은 지금까지 인간이 찾아낸 에너지 중 일곱번째 발견된 것이어서 제7의 에너지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가 원자력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78년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를 건설하면서부터다. 올해로 꼭 20년이 됐다. 원전 사용에 있어 우리나라는 이제 성인이 된 셈이다. 이런 우리가 최근 종합설계를 비롯해 원자로·터빈·발전기의 개발은 물론 자체 기술로 시공까지 한 한국표준형 원전인 울진 3호기를 준공,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이제 원전 기술자립을 이룩하고 특히 원전 14기를 운영하는 세계 10대 원자력발전국으로 성장한 것이다. 특히 이번에 자체 개발한 한국표준형 원전은 세계 원자로 중 가장 최근에 개발된 것이고 북한에도 들어설 예정이다.
원자력이 우리나라 산업발전과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석유·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는 이미 자원이 말라가고 있을 뿐 아니라 많은 환경오염 문제를 일으켜 사용 한계점에 이르고 있다. 대신 원자력은 핵폐기물과 사용 후 핵연료의 처리기술만 진전시키면 무한한 청정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그렇지만 「원자력=암」이라는 등식 때문에 원자력은 여전히 혐오의 대상이다.
원자력 관련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91%가 원전 건설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자기 고장에 짓는 문제에는 53%가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국민의 원전에 대한 양면성을 보여주는 조사결과다. 실제 원전 건설 예정지를 발표할 때마다 현지 주민들은 반발했고 특히 정부가 쌓여가는 핵폐기물의 처분장으로 선정했다가 주민들의 반발로 취소한 90년 안면도사건은 대표적 사례다.
그런데 우리나라 반원전 논리는 북한에 대한 경수로 지원에는 침묵을 지킨다. 똑같은 원전 건설인데 그 이유는 또 무엇일까. 경제성장기를 거치면서 원전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소홀했던 정책이 원전 기피현상을 자초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