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다국적 기업인 IBM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을 상대로 전면적인 정보기술(IT) 아웃소싱 계약을 추진키로 전격 발표함에 따라 그간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굳게 문이 닫혀 있었던 국내 아웃소싱 시장의 본격 개방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에 따라 아웃소싱(외주)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외국업체 상륙에 대한 시장 수성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IT 아웃소싱 계약은 일반적으로 기업이 IT관련 업무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대신 외부의 전문 IT 서비스업체에 장기간 운영을 위탁해 대행케 하는 계약관계를 뜻한다. 최근 기업들은 정보화 여부가 기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중요성을 더해감에 따라 IT산업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IT 아웃소싱은 이처럼 증가일로에 있는 기업의 IT관련 업무를 대행함으로써 기업들이 고객과 자사의 핵심 사업에 치중할 수 있도록 여건을 제공하는 반면 IT부문의 경비를 효율적으로 관리, 절감할 수 있도록 돕는다.
IT 전문가들은 아웃소싱이 주는 이점이 이밖에도 수두룩하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을 통해 첨단 IT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기업의 제반 업무의 생산성을 대폭 향상시켜주는 것은 물론 전문 IT기업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통해 해당기업 직원들의 기술 및 경력, 전문성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이점 때문인지 몰라도 90년대 들어 세계 IT시장에서 아웃소싱의 주가는 한층 빛을 발하고 있다.
96년에는 전체 IT시장의 20%가 넘는 2천5백40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했으며 내년에는 3천4백3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아웃소싱의 형태도 전면적인 성격에서 기업 특성에 맞는 다양한 소프트웨어 개발 및 네트워크 구축 등 「선택적」 아웃소싱 서비스 등으로 점점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 IT 아웃소싱산업은 선진국과는 다른 양상으로 발전해 왔다. 국내 대기업들은 IT 서비스를 대행하는 전문업체를 계열사로 보유하고 그룹내 자체 정보시스템 통합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염두에 두며 IT 서비스 시장에 진출했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에서 아웃소싱 시장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도 많았다. 여기에다 아웃소싱에 대한 인식부족과 거부감 등으로 국내 IT 아웃소싱산업은 다른 국가에 비해 크게 발전하지 못해 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IBM의 본격적인 상륙으로 국내 아웃소싱 시장은 열릴 수밖에 없게 됐다. 설사 이번 IBM의 계약건이 아니더라도 아웃소싱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세계적인 대세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제 우리의 토종 정보통신기업들도 이에 적극 대비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점에 이르렀다.
이같은 경향을 고려한다면 아웃소싱에 대한 우리의 시각도 점차 막연하고 부정적인 시각에서 정확한 이해를 통해 윈-윈 전략에 기반한 적극적인 마인드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아웃소싱이 갖고 있는 위험요인들은 철저하게 대처하면서 이점을 최대한 살리는 자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웃소싱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해결해야 할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위탁업체의 통제문제, 보안상의 문제, 발주기관과 업체간 공통적 지식결여 문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발주업체와의 계약체결 과정에서 프로젝트의 범위나 기간, 산출물의 품질 등에 대해 명확한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서비스 수준대비 효과측정이 어려워 통제력이 상실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과 네트워크시스템을 모두 위탁한 데 따른 보안유출 문제, 내부인력의 고용안정성 등도 난제들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여러 문제점들은 아웃소싱이라는 대세를 가로막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아웃소싱은 구조조정과 리엔지니어링 방안의 하나로 이제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과 외자유치라는 화두에 밀려 외국업체들의 새로운 각축장으로 변화하고 있는 아웃소싱 시장에서 우리 토종 정보통신기업들의 활약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