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기기 제조업체들이 겨울철 난방용 등유의 수급차질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산업자원부가 도입한 보일러 등유와 실내 등유 때문에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그동안 일반 등유로 통일돼 있던 난방용 등유를 가정과 아파트단지, 대형 건물의 난방이나 중소규모의 열원용 보일러에 적합하도록 제조한 「보일러 등유」(일명 붉은등유·등유1호)와 팬히터와 스토브 등 실내용 보조난방기기에 적합한 「실내 등유」(일명 백등유·등유2호)로 이원화해 지난달 1일부터 시판에 들어갔다.
이는 그동안 일률적으로 제조하던 난방용 등유 대신 원유의 정제과정과 혼합비율을 달리해 실내 등유는 냄새와 그을음을 줄일 수 있도록 고급화해 가격을 인상하는 한편 보일러 등유는 실외에서 연소되기 때문에 원가를 낮춰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다량 공급해 수급차질을 해결한다는 것이 산자부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보일러 제조업체들은 등유가격이 인하돼 제품판매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반면 보조난방기기 제조업체들은 가뜩이나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실내 등유 가격까지 인상돼 판매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더욱이 보조난방기기 제조업체들은 산자부의 이같은 방침을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기존 등유가 단종되고 보일러 등유 및 실내 등유가 도입된데다 새로운 연료에 대응할 수 있는 신제품 개발도 못했다는 데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있다.
보조난방기기 제조업체들은 올해 시판될 제품에 「보일러 등유는 사용하지 못합니다」라는 안내글귀 정도만 별도로 제작해 붙이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재 실내 등유는ℓ당 4백58원에, 보일러 등유는 4백8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으나 정유업계는 앞으로 판매추이에 따라 가격차이를 더욱 벌릴 예정이어서 실내 등유의 가격은 더 인상될 전망이다.
난방기기 제조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등유 이원화정책은 제조업체들의 의사를 무시한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고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이는 결국 보조난방기기가 사양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예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