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집적회로(IC:Integrated Circuit) 탄생 40주년을 맞는 해다.
컴퓨터 대중화시대가 열린 후 IC가 「반도체 집적회로」라는 것은 상식이 됐다. 사실 전자혁명을 일으키고 첨단 정보시대를 연 공로자는 IC인 셈이다.
그렇다면 IC를 처음 만들어 낸 사람은 누구일까. 지난 12일 텍사스인스트루먼트사에서 열린 「IC 40회 생일축하연」에 참석했던 잭 킬비(Jack Kilby)가 바로 그 주인공. TI사 직원이었던 잭은 1958년 9월 12일 IC를 처음 고안해냈다.
이날 참석한 톰 엔지보우스 TI사 회장은 『IC는 시대를 초월한 사상 최대의 발명품』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잭 킬비는 IC를 만들어냈을 뿐 아니라 정보사회라는 미래를 열어줬다고 추켜세웠다.
잭 킬비도 『40살이 된 IC는 전자공학의 역사상 놀라울 만큼 장수를 한 셈』이라며 감회어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는 『원래 IC가 제 아이디어였다는 얘기는 맞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IC는 수만명 이상의 세계 정상급 엔지니어들에 의해 이루어진 땀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죠』라며 겸손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IC는 그동안 눈부시게 진화했다. 형태도 다양해져 컴퓨터뿐 아니라 통신·정보가전 속의 전자부품으로 장착되고 있다. 팩스·모뎀은 물론 무선호출기와 핸드폰·PCS폰, 그리고 디지털TV에도 IC는 빠질 수 없다. 그러한 전자부품의 형태가 바로 디지털신호처리기(DSP:Digital Signal Processor).
DSP는 음성과 데이터·비디오 신호들을 실시간으로 계산해주는 강력한 기능을 발휘해 지난 10년간 정보가전의 디지털화에 공헌해 왔다. 핸드폰의 눈부신 보급과 디스크드라이브의 가격하락, 고속 데이터 네트워킹시대의 도래는 바로 DSP칩이 만들어낸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출규모에 있어 인텔과 NEC에 밀려나긴 했지만 TI사는 여전히 DSP업계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DSP 세계시장의 45%를 차지했다.
앞으로 DSP는 자동차 사고시 위험을 줄여주는 「충돌방지시스템」, 옷이 다 말랐음을 알려주는 「건조기」, 팬이나 냄비가 얼마나 깨끗해졌는지 알려주는 「자동세척기」 등의 정보가전제품에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DSP는 감각을 느끼는 「로봇 팔」이라는가 첨단기능을 내장한 「귓속형 보청기」 등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IC 탄생 40년 만에 세계 반도체시장은 약 1천3백70억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IC를 이용한 전자부품을 다 합치면 무려 9천억달러를 웃돈다. 이 거대한 시장이 과연 21세기에는 어떠한 방향으로 흐를 것인가. 전문가들은 IC의 원조 TI사가 예고하는 편리한 정보가전의 시대와 함께 90년대 이후 꾸준히 논의가 이루어져 온 「시스템 온 어 칩(System On A Chip)」이 구현될 것으로 내다본다.
디스플레이를 제외한 PC시스템 전체를 손톱 크기의 칩에 담을 수 있는 「시스템 온 어 칩」시대가 IC 탄생 몇주년 쯤에 도래하게 될 것인지는 인텔·NEC·TI·내셔널세미컨덕터·LGI로직 등 반도체업체들의 기술경쟁에 달려 있다.
<이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