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기온이 50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수은주가 연일 30도를 넘고 9월에 여름 최고기온이 나타나는 이변까지 보이고 있다. 또 지난 여름에는 기상관측 사상 최악의 집중호우를 뿌리기도 했다.
「몇십년 만에 처음」이라는 표현은 오히려 진부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멕시코에서는 홍수가 나서 1백여명이 사망하고 무려 50여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한다. 85년 1만여명의 인명을 앗아간 지진 다음으로 역사상 두번째로 큰 규모의 자연재해였다. 또 알려졌다시피 중국은 지난 여름 내내 양쯔강 범람으로 곤욕을 치렀고, 파푸아뉴기니에도 사상 최악의 해일이 발생, 몇만명이 순식간에 희생되었다.
신문·방송 등 매체들은 이런 소식을 전할 때마다 엘니뇨나 라니냐 현상을 들먹인다. 물론 그런 것들이 기상이변의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엘니뇨나 라니냐는 3∼4년 주기로 계속 찾아오는 단기적인 기후 요인일 뿐이다. 좀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심각하게 장기적 안목으로 염려해야 할 것은 세계 평균기온 상승에 따른 지구온난화다.
20세기 들어 인류는 대량으로 연료를 소비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지구의 대기권에 계속 두텁게 쌓이고 있다. 우리들이 소비하는 연료는 대부분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다. 이것들은 먼 옛날에 죽은 유기물들이 땅 밑에 쌓여 압축된 것으로 오랜 세월 동안 대기와는 접촉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1백여년 사이에 인류에 의해 급격히 파헤쳐지고 다시 연소되어 대기권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나마 지구상의 식물들이 이산화탄소를 흡입하고 산소를 내뱉어 정화가 되고 있지만 밀림 같은 녹색지대는 점점 파괴되어 줄어들고 있다.
온실효과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앞으로 더욱 진행된 경우, 어떤 불길한 시나리오가 기다리고 있을까?
우선 태양계와 이웃한 행성 가운데 금성을 살펴보자. 금성은 지구보다는 태양에 가깝지만 수성보다는 멀다. 그런데 태양계의 행성들 중에서 표면 온도가 가장 높다. 섭씨 9백도나 되어 납이 녹을 정도다. 왜 그럴까?
금성의 대기권은 표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짙다. 그에 따른 강력한 온실효과로 표면의 열이 우주공간으로 달아나지 못하기 때문에 대기권이 없는 수성보다 더 뜨거운 것이다. 그런 금성의 대기가 바로 거의 1백%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져 있다. 온실효과의 극단적인 예인 셈이다.
물론 지구는 금성과는 여러 가지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온실효과가 똑같은 식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구에는 좀더 현실적인 위협이 있다.
지구상의 얼음은 90%가 남극에 모여 있다. 북극의 얼음은 물위에 떠 있지만 남극의 얼음은 남극대륙 위에 평균두께 3㎞ 이상의 두터운 층을 이루어 몇천만년 동안 같은 상태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이 남극의 얼음이 모두 녹을 경우, 지구상의 해수면은 90m 가까이 높아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영화 「워터월드」가 현실로 나타날지 모른다. 세계 인구의 20% 정도가 해변가에 모여 살고 있는데, 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아마 절반 이상의 도시와 촌락이 물에 잠길 것이다.
다행히 이런 가능성도 그리 많지는 않다. 남극의 얼음은 북극이나 다른 빙하들과는 달리 무척 온도가 낮아서 영하 수십 도를 유지하고 있고, 또 워낙 얼음의 열전도율이 낮아 융해가 쉽게 진행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남극 얼음층은 적어도 앞으로 1천년 동안은 끄떡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래도 지구온난화는 심각한 위협이다. 해수면은 단 1m만 상승해도 전지구적인 물난리를 겪게 될 테니까. 더욱 늦기 전에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박상준·과학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