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영화·사진·음악·여행·광고·만화에서부터 호러(horror)·사주팔자·인터넷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가진 이른바 「테마카페」가 성업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최근 컴퓨터그래픽(CG)을 주제로 한 테마카페가 문을 열어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 광림교회 옆에 있는 「CG숍 이올레」가 바로 그곳. CG숍 이올레는 CG 이미지 및 애니메이션만을 상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CG분야 국내 최초의 테마카페라 할 만하다.
테마카페란 하나의 주제를 설정해 그 주제와 관련된 소품으로 실내를 꾸민 카페. 이색적인 것을 찾는 신세대 취향과 맞아떨어지면서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CG숍 이올레 역시 이러한 젊은 세대의 취향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현대풍으로 꾸며진 외양은 언뜻 보면 일반 카페와 다르지 않다. 문을 열고 들어서 벽면에 전시된 액자들의 CG 이미지를 볼 때까지도 이 카페가 일반 카페와 다르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전면에 놓인 대형TV 모니터를 보자마자 여느 카페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거기에는 때론 현란하고 때론 소박한, 최첨단 CG애니메이션들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신세대 특유의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기대했다가는 실망하기 십상이다. 방영되는 프로그램의 대부분이 일반 커피숍 TV에서 흔히 볼 수 있는 MTV의 영상에서 애니메이션 부분만 발췌한 정도로 카페가 갖는 원래의 조용함을 즐기려는 고객을 쫓아낼 만한 크기의 소음은 없다.
CG숍이 지향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점이다. 휴식과 만남의 공간인 카페에서 국내외 유수의 CG작품을 보여줌으로써 일반인에게는 CG에 대한 이해를, 마니아에게는 창작의욕을 북돋울 수 있도록 하자는 목적에서 출발했다.
색다른 카페에는 색다른 것을 추구하는 고객만 온다. 하지만 CG 테마카페는 그렇지 않다. 즉 대부분의 테마카페가 하나의 주제를 즐기려는 마니아에게는 선호되지만 평범한 손님들로부터는 기피당하는 반면 CG 테마카페는 일반인을 고객으로 유지하면서 CG분야 종사자들을 더 흡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밖에 CG숍 이올레는 천리안·하이텔 등 5대 통신망에 있는 CG동호회원들을 비롯해 관련학과 대학생들의 정보교환 장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되고 있다.
현재 CG숍 이올레에서는 시그래프 및 각종 CG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출품됐던 작품들을 중심으로 한 외국작품이 주로 상영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품질이 담보되는 국내 작품들의 방영을 서서히 늘려갈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자신의 작품을 알리고자 해도 방법이 없었던 마니아들에게 발표의 장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 마니아를 대상으로 CG분야에서 구인·구직 효과도 파생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CG숍 이올레는 링크시스템이 운영하는 CG 테마카페 제1호점으로 현재 체인점을 모색하고 있다. 문의 (02)558-8020
<허의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