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는 광의로 해석하면 정부·기업·개인 등의 경제주체들이 인터넷 등 고도의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상품 및 서비스를 교환하는 거래활동을 말한다. 이를 시장영역별로 보면 정부-기업, 기업-기업간 등의 「조직간 전자상거래」와 정부-개인, 기업-개인 등의 「소비자 대상 전자상거래」로 분류된다. 특히 이중에서도 시장비중이 압도적인 것은 기업-기업간 비즈니스로 세계 전자상거래의 80∼90%에 이르고 있다. 이는 소비자 대상의 쇼핑몰 위주 전자상거래 분야에만 너무 경사돼 있는 현재 국내 시장환경에 비춰볼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같은 전자상거래 시장선점을 위한 국가간 샅바싸움도 치열하다. 미국은 97년 7월 정부 차원의 전자상거래 로드맵을 발표하고 무관세 추진을 위한 선봉역할을 하고 있으며, 일본은 일단 미국진영에 동조를 하면서도 정부 차원에서 「국제공동연구기금」을 마련해 전자상거래 민간 컨소시엄을 지원해 나가고 있다. 반면 유럽진영은 미국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범유럽 정보망을 구축하고 지난해 7월에는 독일을 앞세워 「세계정보네트워크」라는 각료회의를 개최하는 등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들 선진국의 전자상거래 추진방향을 보면 정부와 기업, 정부와 국민간에 이루어지는 거래유형인 전자정부 구현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조직간 전자상거래는 정보기술의 활용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생산성 향상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공공기관과 민간부문 모두에서 선진국 못지않은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선 정보통신부는 앞으로 5년간 4천억원이 넘는 대단위 투자를 통해 튼튼한 정보대국 기반구축을 위한 조달 EDI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산업자원부도 전자상거래지원센터(ECRC)를 설립하고 EDI 표준화작업을 진행중이다. 행자부도 지난 5월 전자정부 비전과 전략을 수립해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작성중이며 전자서명법 등 법·제도 손질도 한창이다.
민간부문의 활동은 더 눈여겨 볼만 하다. 커머스넷코리아가 한국형 전자상거래 시범사업을 주관하며 전자화폐 실험모델인 「I캐시」 구축에 나서고 있으며, KAIST가 주축이 된 국제전자상거래연구센터(ICEC)에서는 관련 학술연구가 진행중이다. 또 인증서비스 시장을 놓고 신용카드사와 통신회사간 짝짓기도 급진전되고 있다. 비자와 데이콤이 손잡은 데 이어 마스터사와 한국통신이 연합전선을 구축해 맞서고 있다.
쇼핑몰 경쟁도 두드러지고 있다. 인터넷 전자상거래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지면서 백화점 등의 유통업체들은 물론 제조업체까지 신규 가세해 현재 국내에는 약 2백50여개의 크고 작은 쇼핑몰이 본격적인 영업을 준비중이다. 이밖에 무역·금융·물류·증권·의료·유통·조달 등 주요 산업에 EDI 구축이 거의 성사단계에 이르는 등 전자상거래 인프라 구축작업은 순조로운 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기에는 아직 많은 걸림돌이 상존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그 장애요인은 개인의 인식부족에서부터 제도적 미비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아직도 물건을 보고 사는 상거래 관행은 물론 정보 공동 활용 미비로 인한 표준화 제정의 어려움, 또 네트워크와 데이터베이스 기술의 안정성 미흡과 보안인증 기반 미확립 등이 일차적으로 해결해야 할 난제로 꼽힌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전자상거래를 보다 조기에 촉진시켜 국가경쟁력 강화방안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자상거래의 이용환경을 정비해야 하며, 전자상거래 기업에 대한 정책지원, 그리고 무엇보다 정부가 앞장서 전자상거래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파급효과 면에서 볼 때 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데 우리나라의 경우 조달·국방·건설 등의 전자상거래가 매우 부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따라서 전자상거래가 가능하도록 정부조달관련 법령 및 제도를 정비하는 한편 개방 네트워크의 활용과 관련기술의 개발 및 표준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또 현재 제조업 중심의 벤처기업 범위를 전자상거래를 주력으로 하는 중소기업으로 확대해 중소업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하며, EC관련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조세감면 조치를 통해 산업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용환경 정비는 현재 국내 상황에서 가장 절실한 문제로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촉진을 위해서는 안전성·신속성·경제성 있는 기반시설 구축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기초 인프라라 할 수 있는 인터넷 환경만 봐도 높은 이용료 부담과 접속장치·서비스 수준 모두가 아직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다.
삼성SDS의 강세호 이사는 우리나라의 전자상거래 부진 이유로 △변화하고 있는 사회에 대한 인식부재 및 변화에 대한 저항 △거래할 제품과 서비스의 절대부족 △안정적이고 고도화된 정보통신망의 미흡 등과 함께 △강력한 추진 리더십의 부재 등을 꼽았다.
이제 전자상거래는 국가와 기업 모두가 받아들여야 하는 새로운 시대의 생존전략이다. 거부해서도 안되고 거부할 수도 없는 세계적인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