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기술의 총아인 인터넷은 경제구조의 변혁은 물론 정치·행정의 변화까지 강요하고 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정보시대, 즉 디지털시대는 노동과 자본이 경제를 좌우하는 산업시대와 달리 지식이 주요한 경제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산업시대를 이끌어왔던 정치와 행정체계도 결국에는 종말을 고할 것이며, 새로운 정치와 행정체계인 전자민주주의와 전자정부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지적이다. 인터넷이 창출하고 있는 디지털시대를 이끌어갈 정치와 행정체계는 과연 앞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전개될까.
<정치>
인터넷이 몰고올 정치환경의 변화는 과연 정치의 속성마저 바꿔놓을 수 있을까. 과거 농업시대에서 산업시대로 진전될 때 새로운 정치와 행정양식이 등장했듯이 인터넷을 근간으로 하는 미래 디지털시대에도 효율적으로 규율하고 다스려나가는 정치체계는 분명 있게 마련이다.
우선 디지털시대에서 정치환경의 변화 중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다름아닌 유권자층의 변화다. 유권자층의 변화는 새로운 정보기술(IT)의 경연장인 인터넷이 정치부문에도 어김없이 영향력을 발휘, 새로운 유권자 집단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사회의 가장 영향력있는 유권자층은 노동자와 자본가들이었지만 컴퓨터·통신기술 등 디지털기술에 기반을 둔 디지털시대에서 정치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유권자집단은 지식노동자로 대체돼 나갈 것이란 전망이다.
지식노동자들은 산업사회의 유권자층과는 달리 일정한 조직내에서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대가로 생활을 영위해 나가며, 조직상부의 명령과 지시 때문이 아니라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과업에 몰입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또 이들은 기존 정치조직과 정치적 성향을 같이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디지털시대를 이해할 수 있는 정치조직이나 지도자를 갈구하는 성향이 짙을 것이다.
유권자층의 변화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바로 정치수단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이는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멀티미디어 정보통신에 기초한 것을 말한다. 정치에 멀티미디어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려는 시도는 우리 정치현실에서도 폭넓게 확산돼 나가고 있어 누구나 쉽게 그 양상을 짐작할 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올초 취임 직후 현재 우리가 처한 총체적 위기의 극복방안으로 정치적 측면에서 크게 두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그중 주목되는 것이 바로 「전자민주주의」다. 김 대통령은 포괄적인 정치개혁의 신속한 진행을 역설했고 이러한 개혁은 대의민주주의를 참여민주주의로 전환시키는 쪽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래의 정치수단으로 전자매체에 의한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관심을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대통령은 전자매체를 이용한 참여민주주의 실현의 일환으로 TV를 통한 「국민과의 대화」를 시도했으며, 최근에는 이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인터넷 메일을 통한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같은 노력은 최고 정책결정권자와 일반 국민 사이에 의사소통의 간격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테드 베커 교수는 「김대중과 참여민주주의」(웹진 「The Thread」 http://thread.cyberparty.or.kr)에서 『인터넷은 이미 참여민주주의와 전자민주주의의 요소를 실험하기 위한 중요한 도구로 자리잡았다. 또한 인터넷은 참여민주주의와 전자민주주의에서의 이론과 실천적 혁신에 관한 다양한 정보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인터넷은 이를 통해 참여민주주의와 전자민주주의를 실험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인 것이다. 결국 인터넷은 일반 가정의 텔레비전 수상기를 통해 접근이 가능할 정도로 사용자에게 편리성을 제공하며, 대중 참여민주주의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도구가 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인터넷 활용이 미래 정치사회에서 지도력을 효과적으로 발휘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가 돼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누구나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전자우편을 통한 양방향 통신은 전자민주주의의 핵심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다.
국내에서도 국회의원이나 정치관련 집단이 전자매체를 이용한 직접 민주주의 정치 실현을 모색하기 위해 이미 「사이버국회」를 운영하고 있고, 일부 국회의원들은 홈페이지 구축 등과 같은 관련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다가올 디지털시대 정치에 대비하기 위한 정치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해 나가야 할까. 우선 정치와 사회·경제 등 국가사회 전반의 개혁을 통한 민주화를 추진, 정보화의 걸림돌부터 제거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구체적인 정보화 추진은 자라나는 세대가 지식정보사회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초등학교부터 컴퓨터교육에 힘쓰고 대학입시에 컴퓨터과목을 포함해 세계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정보대국으로 토대를 굳건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정>
인터넷이 몰고온 디지털 혁명의 물결은 기존의 행정체계에도 많은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행정의 정보화를 통한 국가생산성 제고와 사회전반의 구조조정에 따른 작고 효율적인 정부구현의 요구가 그 대표적인 것이다.
게다가 일반 국민의 행정서비스와 정보전달체계에 대한 기대수준도 날로 높아가고 있고 인터넷의 일반화로 전자상거래나 원격영상회의 등과 같은 고도의 서비스가 활발히 추진되면서 행정체계도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의 정부는 인터넷과 웹브라우저를 활용해 정부조직 업무는 물론 대국민 서비스 제공방법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키고 노동집약적이고 종이서류 기반의 행정업무를 인터넷 기반으로 대체해 나가려는 전자정부 구축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전자정부란 미국의 클린턴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정보기술을 사용하고자 한다」고 발표한 데서 유래됐다. 이는 정부의 고객인 국민의 요구에 따라 국민과 상호작용하고 국민에 봉사하는 데 정보기술을 사용하려는 것으로 세계 각국이 행정개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수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자정부 구현사업은 미국이나 영국·일본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들이 정보화의 핵심과제로 삼고 있다.
호주의 경우 온라인 행정서비스 제공을 통해 전자정부를 구현한다는 방침에 따라 온라인 행정서비스 인증체계 구축이라는 새로운 각도에서 접근해 전자정부 구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특히 IMF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우리에게 국가 생산성 향상은 물론 효율적인 정부 재설계(BPR)는 시대적 요청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우리 정부도 「국민지향적이고 효율적인 정부」구현이라는 비전을 수립하고 새 정부의 주요 정책과제로 채택, 구축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정보기술을 이용해 국민과 기업에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행정개혁 작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현 단계에서 우리 정부는 전자정부를 구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전문가들은 우선 부처간 정보자원의 공유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제도적 정비를 하고 부처내 전자결재시스템이나 기관간 전자우편시스템 구축 등 인프라 확충에 나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정보자원관리 관련 법이나 고위정보관리자(CIO)제도를 도입, 부처간 이해관계의 원만한 조정을 통한 사업추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전자결재제도의 전면 시행을 통해 전자문서유통체계를 확립하고 정보자원 통합관리 및 통합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이 전제돼야만 민원서비스의 전자화가 실현될 수 있으며, 투명한 정보공개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