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한 법무법인 아람 대표변호사
사이버캐릭터·사이버마케팅 및 사이버뱅킹 등 최근 신문지상에서 사이버와 관련된 용어를 심심치 않게 대하게 된다. 정보통신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컴퓨터 보급의 증대에 힘입어 인터넷이 대중 속으로 파고들게 됨에 따라 사이버스페이스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가정의 PC 보급률이 오는 2000년 48.5%에 이르고 인터넷 가입자 수도 94년 4백70만명에서 2000년 4천7백60만명으로 10배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인터넷 광고시장도 94년 5천만달러에서 2000년 약 21억 달러로 40배 정도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미국 기업의 50% 이상이 인터넷에 의한 전자상거래를 할 정도로 보편화되어 있다.
우리에게 점점 친숙하게 다가오고 있는 「사이버스페이스」라는 용어는 사실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이 80년대 전반에 발표한 공상과학소설 「Neuromancer」에서 유래한다. 그후 존 페리 바로가 「인터넷 등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의 세계」로서, 하디(I.Trotter Hardy) 교수가 「컴퓨터 네트워크상의 전자적 커뮤니케이션의 세계」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같은 정의에서 볼 수 있듯 「사이버스페이스」는 「장」으로서의 특성에 착안한 점이 특이하다.
사이버스페이스의 대중적 이용은 편리한 점도 많은 반면 부정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즉 해커·크래커 등에 의한 컴퓨터망의 부정침입, 홈페이지상의 음란정보 범람, 타인 ID도용, 각종 저작권침해, 전자상거래에 의한 사기 및 본인 가장행위, 개인정보의 누설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사이버법의 연구 초기단계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됐다. 하지만 사이버 사회의 진전에 따라 서서히 일반법 전반에 걸쳐 보다 근본적인 법 원리들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컴퓨터의 연결이 전세계적으로 행해지는 것이 바로 인터넷인 까닭에 사이버스페이스 법학은 인터넷에 관한 문제를 포함하여 취급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터넷의 특징은 그대로 사이버스페이스의 특징으로도 연계되고, 그 결과 사이버스페이스 학문분야에서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포함하게 된다. 첫째 컴퓨터와 전기통신에 관한 전문용어가 많이 나오고, 둘째 전통적인 상명하복형의 조직구조와 통치기구가 흠결(欠缺)되고, 셋째 권력지향혐오적인 이데올로기가 있음과 동시에 소유권 개념이 흠결되어 있으며, 넷째 그 장래가 어떻게 발전할 지 예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인터넷의 공학기술적인 특징 중 물리적, 지리적인 한계가 없는 점과 분산형 구조는 사이버스페이스 법학에서도 중요한 전제가 된다.
이 같은 사이버스페이스의 특징에 기초해 사이버스페이스법의 영역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에 대한 입장은 여러가지인데 크게 3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사이버공간은 현실 공간과는 상이한 가상의 공간이고, 이 공간이 현실 공간과 계속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영향을 주고 받고 있으므로 현실공간을 기초로 성립된 법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입장에 의하면, 소유권 개념, 계약법 이론 등 현행 법 제도의 기초 원리에서부터 재검토가 필요하게 된다.
두 번째 입장은 사이버공간이라고 하여 기존의 법원리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고, 1차적으로는 기존 법령의 유추해석 등을 통해 해결하고, 유추해석을 통해도 해결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불가피하게 개정을 하거나 특별법 제정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세 번째 입장은 사이버공간은 현실공간과는 전혀 다른 특징을 가지는 공간이므로 이 공간은 중세의 실크 로드의 로 머천트(Law Merchant)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사이버스페이스에 적용될 특수법이 필요하다고 하는 주장이다.
정보통신 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새롭게 우리에게 등장하게 된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에 대해 법적 규제방안을 마련하는 일은 시급한 과제라 할 것이다. 특히 사이버법을 검토함에 있어 좀 지나친 단순화가 될 수 있겠지만, 사이버스페이스에서 가장 먼저 주도권을 획득한 미국과 이를 견제하면서 세력을 확대해 나가려는 EU 및 이들의 주된 상품판매시장이 되고 있는 아시아와 아프리카라는 구도하에서 우리나라가 취해야 할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이버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법제 정비가 시급히 필요한 가장 큰 이유도 선진제국의 사이버 공간을 통한 시장 장악에 대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법적 측면의 방어전략을 마련한다는 점에 있다.
우리나라의 「전자거래기본법」 제정에 있어서도 전자거래의 특성상 거래가 국경의 제한없이 행해진다는 점을 고려하여 우리나라 소비자 보호의 차원에서 특별한 방어적 성격의 법률이 필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동 법안을 마련함에 있어 거래상대방 보호를 포함하여 거래안전보호를 위한 규정은 강행 법규로서 당사자가 정한 준거법에 불구하고 그 적용을 강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약관 규제에 관한 법률은 강행법규로서 고객보호를 위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전자거래기본법 초안 작성시에 「국제전자거래」라는 장을 마련, 국제전자거래의 장소, 국제전자거래의 준거법, 상호주의에 관하여 규정하였는데, 「국제전자거래」 부문을 별도의 장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제 전자거래에 관한 규정을 포함한 전자거래기본법은 미국의 인터넷 자유무역지대론이 새로운 무역질서로 자리매김해 나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EU와 아시아 각국에 대한 미국의 신자유무역주의에 대한 모델 대항입법으로서 갖는 의의가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전자거래기본법(안)과 전자서명법(안)간의 조화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마지막으로 법학계와 실무계에서 사이버법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인 연구를 해나감과 동시에 사이버법 전문가 양성도 시급한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