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NIC 민간기구로 이관.. 예산문제 해결 "최우선 과제"

 정부 산하기관·단체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전산원이 운영하고 있는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RNIC는 국내의 인터넷 IP주소 및 도메인이름을 교부·관리하고 있는 기관. co.kr, re.kr, go.kr, ac.kr, or.kr, ne.kr 및 지역명칭.kr 등 kr가 붙는 도메인이름과 123.456.789.123 형태로 표시되는 IP주소가 관리대상이다.

 기획예산위원회는 최근 국내 인터넷주소의 교통정리 기관인 KRNIC를 오는 99년 3·4분기까지 민간기구에 이관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한국전산원측은 현재 이관작업을 진행중이다.

 정부의 방침이 이미 굳어지고 작업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KRNIC의 향후 거취에 새삼 관심이 쏠리는 것은 KRNIC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만한 민간기구를 만들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이같은 지적은 특히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들을 중심으로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만에 하나 잘못될 경우 「하지 않은 것만 못하는」 경우가 발생, 혼란이 일 수도 있다는 게 그 이유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이관안은 세가지. 첫째는 KRNIC의 운영을 인터넷 관련 민간기구인 한국인터넷협의회(KRIA)에 맡기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것은 현재 KRIA가 사무국은 물론 별도의 인력·시스템도 갖추지 못하는 등 실체가 없는 상황이어서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물론 내년 상반기까지 시간을 두고 준비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지만 KRIA가 회원사의 회비로 운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쉬운 작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다음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재단법인이나 사단법인을 새로 설립하는 것. 관리인력은 ISP나 한국전산원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을 채용하는 형태다. 현재로선 가장 설득력 있는 안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만만치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KRNIC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소요되는 비용을 충당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IP주소·도메인이름을 부여·관리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업체간 형평성 문제도 무시하지 못할 고려사항이다. 법인의 업무수행이 특정 업체의 입김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얘기다.

 KRNIC의 업무를 양분, IP주소의 경우 각 ISP들이 아시아·태평양 인터넷정보센터(APNIC)에 가입해 부여받을 수 있게 하고, 도메인이름은 규모가 축소된 KRNIC가 관리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 안의 장점은 국내 ISP들이 국제활동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 그러나 중소 ISP의 경우 치명적이다. 국제활동 경험이 없는 중소규모 ISP들이 인력·자금을 투입, APNIC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IP주소와 도메인이름을 따로 관리하는 데서 오는 번잡함도 국내 인터넷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번 기획예산위원회의 KRNIC 민간기구 이관은 정부의 몸집 줄이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예산문제가 특히 고려됐음은 물론이다. 뒤집어 말하면 예산문제만 해결되면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KRNIC 운영이 지금처럼 원활하게 진행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국전산원은 22, 23일 이틀에 걸쳐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KRNIC 민간기구 이양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한다. 한국전산원은 이 자리에서 국내 ISP들과 KRNIC 이양에 대한 폭넓은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다. ISP들과 인터넷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소업체들은 이번 세미나에서 무리없는 KRNIC 운영방안이 거론되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