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보통신산업의 판도변화는 현재 물밑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인수·합병(M&A)에 의해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기술력과 자금력 등에서 상호 우위를 갖고 있는 업체들이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인위적인 결합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 나간다는 취지에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구조조정의 유력한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M&A는 특히 부품업체를 중심으로 활발하다. 퇴출기업으로 발표된 바 있는 LG전자부품이 관계사인 LG포스타와의 합병을 준비중에 있으며, 자금난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규모의 부품업체들도 외국 업체들과 M&A를 추진하고 있다.
인쇄회로기판(PCB)의 경우 일본계 원판·동박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대거 진출, 첨단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있으며 저가PCB 제품의 경우 중국·대만 업체들이 내수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태평양그룹과 일본태양잉크의 합작법인 형태로 운영돼온 한국태양잉크 지분을 모두 일본태양잉크가 인수, 순수 국내 투자법인으로 전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1차 전지의 경우 미국 최대 전지업체인 듀라셀이 국내 양대 전지업체인 (주)서통 및 로케트전기와 각각 전략적 제휴를 맺고 국내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커넥터의 경우에도 최근 미국 중견 커넥터업체인 암페놀이 국내 중견 커넥터업체인 대신전자정밀 지분 70%를 인수, 국내 커넥터 시장판도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국내 PCB 원판 시장을 양분하고 있던 두산전자와 코오롱전자가 최근 전격적으로 합병, 코오롱이 두산전자에 흡수되는 등 국내 PCB 원판 시장도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대규모 사업교환(빅딜)이라기보다는 M&A방식을 띠고 있는 현대전자 -LG반도체의 사업조정 작업이 마무리되면 국내 반도체산업의 지도뿐만 아니라 세계 반도체산업의 지도를 바꿀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부문의 통합여파가 액정표시장치(LCD)업체들에 영향을 미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현재 LCD업체들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LCD사업에서 아예 철수하거나 외국 업체들의 자본을 유입, 합작으로 전환하는 방안 등으로 자체 구조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반도체사업 부문을 통합함에 따라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영위하고 있는 TFT LCD사업의 향방도 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