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창간16주년] 포스트 IMF과제-정보통신(기기).. 장비

 통신장비 업체가 국제통화기금(IMF)이라는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리고 있다.

 IMF 한파로 국내 통신시장은 꽁꽁 얼어붙었으며 주로 내수시장에 치중했던 국내업체는 비상상태에 돌입했다.

 그동안 잇따른 신규 사업자의 출현으로 초호황을 누리던 통신장비 업체는 말그대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치열한 싸움터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올들어 국내 통신장비 시장은 주요 통신사업자가 설비투자를 크게 축소함에 따라 교환·전송·기지국 송수신 시스템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눈에 띄게 위축됐다.

 지난해 한달 평균 1조1천4백25억원에 달하던 국내 통신장비 시장규모가 올해 들어서는 8천3백억원대로 떨어지는 등 날개 없는 추락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통신은 올해 시설투자 예산을 2조5천5백억원으로 지난해 4조3천1백99억원에 비해 절반 가량 축소했다.

 축소 대상은 주로 교환기·광가입자망 설비이며, 지난해 계약을 체결한 올해 납품물량에 대해서도 당분간 구매를 중지키로 했다.

 데이콤도 지난 96년 2천3백억원, 97년 4천2백억원 등 해마다 증가한 설비투자 액수를 올해 3천억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SK텔레콤도 지난해 1조6천억원의 투자액수를 올해 1조원으로 축소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통신장비 업체의 생산가동률은 평균 50%를 밑돌고 있으며 하반기 역시 국내 통신시장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더욱이 대부분의 공급물량을 한국통신·SK텔레콤 등 통신사업자에게 의존하는 중소 통신장비 업체의 경우 연쇄 도산마저 우려되고 있다.

 산업 전분야에 걸친 구조조정작업의 촉발제가 됐던 IMF는 통신장비 업체에도 제품 생산에서 마케팅·경영 전반에 이르기까지 커다란 변화를 안겨주었다. 이는 물론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 차원에서 비롯됐지만 국내 통신장비 업체의 경쟁력 강화라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비춰지고 있다.

 IMF가 통신장비 시장에 미친 가장 큰 변화는 수출 드라이브 위주의 사업전략이다. 이는 어차피 내수시장의 한계를 안고 있는 국내 기업이라면 결국 수출이 돌파구가 될 수밖에 없다는 데서 출발한다.

 실제로 삼성전자·현대전자·대우통신 등 주요 통신장비 업체는 IMF체제에 따른 인력감축·조직축소의 회오리 속에서도 수출관련 부서는 오히려 확대하는 수출강화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다른 부문에서는 해외사업 중단과 철수가 이어지는 반면 통신부문에서는 지난해보다 확대해가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정보통신 수출목표를 지난해보다 1백50% 늘어난 20억달러로 책정했고 이 중 교환기 및 CDMA 시스템에서만 5억달러를 벌어들일 계획이다. 현대전자 역시 올해를 이동통신 수출 원년으로 선포하고 해외사업부를 신설, 3억달러어치를 수출할 계획이다.

 가장 많은 해외지사를 운영하고 있는 대우통신은 교환기 사업을 집중 강화, 전년 대비 50% 증가한 1천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고 (주)대우와 공동으로 진출한 해외 통신망 사업에 자사 교환기를 공급키로 했다.

 흥창·유양정보통신·성미전자 등 내수시장 비중이 90% 이상이었던 중견 통신장비 업체도 올해를 수출 원년으로 삼고 다국적 통신장비 업체와 제휴하는 등 다각적인 방법을 통해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하나의 변화는 통신장비 업체의 전문화다. 사실 그동안에는 교환·전송·단말 등 기간통신시스템은 물론 중계기 등 주변장비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를 토털 솔루션으로 제공하는 기업이 경쟁력 있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IMF로 비상이 걸리면서 국내 통신장비 업체도 이같은 백화점식 경영에서 경쟁력 있는 품목 위주로 사업구조를 재편중이다.

 실제로 IMF 이후 삼성전자·대우통신·LG정보통신 등은 한계사업을 점차 정리해 나가며 유사한 품목은 과감히 통폐합하는 등 경쟁력 있는 전문 통신장비 업체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는 통신장비 업체간 사업교환이나 중소 통신장비 업체의 인수·합병 논의가 점차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병준 기자〉